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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도시락

4부 가을 08

by 싱싱샘

딸은 볶음밥을 싸달랬다. 보온도시락과 작은 국통에 맞는 조그만 보온가방을 샀다. 비슷한 시간에 먹는 연습을 몇 번쯤 했을까. 이 정도면 되겠지 할 때쯤 첫 수능을 치렀다. 어두워진 저녁 무렵 늦가을 비는 쏟아지고, 교문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가 기다리던 시간을 나는 기억한다.


주소지를 기숙학원으로 옮겨간 딸은 근처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다. 학원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기숙학원에서 준비한 수능 도시락 메뉴다.


쌀밥 유부장국 한우장조림 달걀말이

스틱떡갈비 스팸구이 진미채무침

볶음김치 도시락김 귤 초콜릿 간식꾸러미


사진 속 단체로 맞춘 보온도시락 뚜껑엔 네잎클로버가 새겨져 있다. 두 번째 수능. 열아홉이 아니라 스무 살이 된 딸은 학원에서 맞춰준 도시락을 들고 혼자 시험장으로 향한다. 엄마는 기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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