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치는 사람과 그 소리를 쫓는 사람들

타인의 장단에 춤추지 않고 홀로 폭포를 견디는 울림의 무게

by 풍운

아무도 없는 깊은 산골짜기, 거칠게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누가 보든 말든, 자신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묻히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그저 혼자 심취하여 커다란 소리로 창을 하며 북을 친다. 북채가 가죽에 닿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둔탁한 소리는 폭포의 굉음을 뚫고 계곡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관객의 박수가 아니라, 지금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된 울림이 자신의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달구고 있느냐는 사실뿐이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다. 기이하게도 그 고집스러운 북소리는 산맥을 타고 넘어가 사람들의 귀 끝에 닿는다. 처음엔 소음인 줄 알았던 이들이, 다음엔 호기심에 이끌린 이들이 하나둘 골짜기로 모여든다. 그들은 폭포 아래서 온몸이 젖은 채 북을 치는 사람을 발견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보아달라고 애걸하지도 않았지만, 그 처절하고도 당당한 울림 앞에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 비로소 그들은 북 치는 자의 장단에 맞춰 가슴을 떨며 공명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영혼이 하나의 주파수로 연결되는 순간, 그곳엔 거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게 성공이 아니고 뭐가 성공이란 말인가.

우리는 흔히 성공을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내 뒤에 세웠느냐'의 문제로 오해하곤 한다. 그래서 북을 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여들 길목부터 찾는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박자를 연구하고, 대중의 구미에 맞는 소리를 흉내 내며, 북 치는 시늉을 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북소리가 조금만 시들해져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스스로를 울리지 못하는 소리는 타인의 심장에 도달할 동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조율된 소리는 매끄러울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영혼을 뒤흔들 만큼의 날카로운 파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실 우리가 북 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이유는 우리 역시 내면의 북소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해준 박자에 발맞추느라 정작 나만의 장단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현대인들에게, 홀로 폭포를 마주하며 제 소리를 내뱉는 자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해방이다. 사람들은 북 치는 자의 기술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단단한 고립'과 '자기 침잠'의 에너지에 매료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북을 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북 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사람인가. 혹은 북을 치고는 싶지만 관객이 없을까 봐 북채를 쥐기도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인가.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궤적은 늘 화려한 무대 위를 비추지만, 진정한 창조와 성찰의 성공은 늘 고독한 골골이 아래에서 시작된다. 내가 먼저 나의 북소리에 미쳐야 한다. 내 안의 응어리가 소리가 되어 터져 나오고, 그 소리가 스스로의 발등을 울릴 때 비로소 타인은 그 투명하고도 결연한 진동에 반응한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북소리가 아직 폭포수를 뚫고 나갈 만큼 단단하지 못하거나, 혹은 당신이 아직 당신 자신의 소리에 완전히 심취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성공은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본질이 터뜨린 울림이 우연히 타인의 주파수와 맞닿아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는 기적에 가깝다.

골짜기 밑바닥에서 홀로 북을 치던 그 노인은 대단한 명성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안에서 들끓는 소리를 밖으로 뱉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견딜 수 없음'이 타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공명'이 된다. 만약 당신이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길을 잃었다면,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 북을 잡아라. 남의 장단에 발을 맞추는 따라쟁이가 되기보다, 폭포 소리를 이겨먹는 고집스러운 고수가 되어라. 관객의 박수가 들리지 않는 깊은 침묵 속에서도 스스로의 심장을 타격하는 북소리를 멈추지 마라. 당신의 북소리가 당신의 영혼을 먼저 울린다면, 사람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라도 반드시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성공은 결코 군중의 환호성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폭포 아래서 홀로 북채를 든 자의 땀방울 속에,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온 타인과 나누는 말 없는 공명 속에 깃들어 있다. 당신만의 북소리가 세상을 덮는 날, 당신은 비로소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자가 아닌, 세상을 당신의 장단 위로 불러 모으는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이다.


나는 북 치는 자를 따라다니는 무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울리기 위해 홀로 북채를 잡은 자의 단단한 고립을 성공이라 부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