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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사라 Aug 03. 2024

오늘의 유언 #8 [2024년 8월 3일]

올해도 유언을 씁니다. 오늘도 죽음 전의 행복을 씁니다.

[내 꿈은 실버마을을 만드는 거야]


지난 2023년부터 유언장을 쓰기 시작했다. 목표는 매달 한 편 이상 쓰는 것이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유언 내용을 보면 에세이다. 당초 공개유언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루하루 의미있게 살기 위한 경각심으로도 유언을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또 ‘질 좋은 일상을 위하여, 그리고 더 윤택한 삶을 그려나가도록 유언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생에 마지막에, 혹은 생을 마감하고 남길 말은 죽음이 아니다. 삶이다. 살아 온 기억이다. 그래서 에세이 형태의 유언장을 지속해서 적어 가는 거다.


유언장을 통해 삶을 보다 넓게, 멀리서 바라보고 객관화해보고 더 나은 태도로 살도록. 그래서 죽음에 가까워진 순간에도 후회와 아픔이 없도록 하고 싶다.


요즘 관심사 중 하나는 ‘노년’, ‘노인복지’, ‘실버마을 건설’ 등 노년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노년의 인생은 별거 없다. 말 그대로 그들에 대한 자세한 이해도, 그들 스스로 즐기는 문화도, 존재감도 정말 현저히 작다.


노인이 된다고 해서 인간이 다른 존재처럼 변하지는 않는다. 똑같다. 10대때 품은 열정도 들어있고, 40대부터 시작된 안정감과 각 시절 별로 느낀 다양한 성취감, 그리고 살면서 깨달은 지혜가 있는 일반적인 인간이다.



혼자 아프면 더 서럽고, 누군가의 진심과 정성을 만나면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는, 똑같은 인간.


그런데 우리는 마치 모든 노인은 노망난 듯 취급한다.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아주 떨어져서 제대로 사회적, 혹은 일상적 기능을 능동적으로 못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들도 재미있는 오락거리, 맛있는 음식,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모든 걸 똑같이 갈망하고, 똑같이 외롭고, 똑같이 감정을 느낀다.


그걸 우리 사회는 외면한다. 비참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노인이 많지만, 그걸 개선하려는 사회적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



때때로 앞으로 노인이 될 사람들의 노년을 상상해본다. 70년대생들이 노인이 되면 기성노인과 문화가 확연히 다를 거다. 사회적 성공을 이뤘었거나, 고학력자가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소비력, 문화생활, 지식적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세대다. 그 밑으로 올라오는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항상 인터넷을 했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정보과 지식 속에서 살고, 많이 배우고, 다양한 각기의 문화를 향유했던 세대들이다.


그들을 지금의 노년처럼 내버려둔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물론 스스로 나서서 필요적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공동체나 연대의 구조를 세팅해서 그들의 욕구를 들어주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조치가 동행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정책적으로 콤팩트시티 건설과 실버마을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버마을은 무조건 세대가 같다고 같이 살고 어울리라는 게 아니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문화로 이어져서 스스로 취향과 필요에 의한 선택적 연대와 공동체 문화를 만들면 안전하고 탄탄한 사회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노인은 평균적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다가 죽는다. 아픈 순간부터 그들의 대부분은 송장 취급을 받는다. 아픈 사람도 사회적으로 어울리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개방적인 구조적 환경은 아플 사람도 덜 아프게 만든다.


어차피 길게 살게 됐다면, 짧게 아프거나 혹은 안 아프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게 최선이 아닌가.


비교적 건강 상태가 좋은 노인, 비교적 젊은 노인은 아픈 노인들을 케어하는 직업을 갖고 말년에도 일하는 노인으로 살 수 있다.


우리 젊은 시절 너무 치열하고, 힘들게 살지 않았나. 노년에는 조금 더 행복한 환경이 기다려야 마땅한 것 아닌가.


물론 내가 구상하는 실버마을 등은 지역소멸, 인구감소, 고령국가, 개발정책 등 큼직한 정책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 가는 복잡한 과정이 있긴 하다.


그러한 정책들을 시대적 흐름 속에 이어지는 것들이다.


나는 유언장을 쓰기 시작할 즈음부터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바로 위의 내용으로.


‘누구나 고독하게, 고통스럽게, 괴롭게, 비참하게 살다 가면 안 된다.’


앞으로 개발, 인구, 지역 관련 정책에 있어서 이러한 방향성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제도를 만나기를. 언젠가 이를 위해 마을활동가든, 어떤 포지션이든 일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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