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6일 화요일

by 백현진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두통에 잠식되어있다.

차를 마시면 좀 나을까 싶어 차를 들이켜보았지만, 차를 마시고 있는 순간에만 조금 나아졌을 뿐.

계속해서 차만 마시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진통제를 꺼내 먹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두통도 오랜만이다.

어릴 때의 나는 항상 이보다 강도 높은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때는 늘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감각 자체가 없었다.

하루 종일 무언가가 머리를 짓누르고 있거나 들쑤시고 있거나 관통하고 있는 통증에 시달리니 나는 한없이 예민하고 언제나 신경질적이었다.

아픈 와중에도 부처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자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정도의 인간은 되지 못했다.

하루 종일 두통에 짜증이 나 있었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 눈물을 줄줄 흘릴 뿐이었다.

(아파서 우는 게 아니라 울면 좀 나아졌기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던 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왜 책을 읽고 있었느냐 하면, 말했다시피 머리가 아프지 않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즐거울 리 없다. 그때의 나는 아주 오래도록 불행했다.

두통이 심했기 때문에 불행했던 것인지, 불행했기 때문에 심한 두통에 시달렸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아주 오랜만에 엄습한 이 두통의 원인이 불행이 아니라는 것만은 선명히 알 수 있다.

슬슬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자, 이제 일을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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