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켠이 너가 가진 전부라고 느껴질 때가 있지
여섯 면의 바깥이 너에게 온통 무관심하다
존재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만
가끔은 허락받고 싶을 때가 있지
그럴 때 너는 차라리 강변으로 간다
물 위에 뜬 불빛과 나무 그림자를 본다
눈길이 닿는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닌 동시에
나의 것일 수 있을까
흙바닥을 기는 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무가 그렇듯 너의 머리칼을 바람에 맡겨둔다
걷거나 앉으면서 새벽의 고요를 들이마신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노래하는 것 같았지
노래는 목적 없이 흩어지고 너는 살아있고
울림은 짧은 생멸 같았지
걷는 일을 두 발에 맡겨둔 채
반쯤 졸면서 걸었지
어떤 부질없음에서 자유를 느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