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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면 바람, 멈추면 하늘

by 황인경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필살기 같은 걸 발동하면서 외쳤다

움직이면 하늘이요, 멈추면 하늘이라


어쩌면

눈 뜨면 삶, 눈 감으면 꿈

이라고 옮겨 적어도 되지 않을지

지동설을 완전히는 믿지 않는 친구가 있다

99.999 퍼센트 맞을지 몰라도

다른 가능성을 무정하게 내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바보긴 한데, 마음이 조금 울렁거렸다

같이 내보일 필살기까진 없더라도

눈을 부드럽게 감고

하 정말 길고 긴 꿈이었다 말하면 어떨까

영혼이 빠져나갈 만큼 긴 한숨을 내쉬면서


혹은

남겨지면 외로움, 홀로 가면 고독

이라고 바꿔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인정에도 기대지 않길 바라지만

혼자 극장에 가는 건 어쩐지 싫다

옆 자리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늘 있던 그것이 의식되기 때문이다

고독이란 게 나 자신과 하는 캐치볼이라면

빠진 공을 주으러 가다가 울게 될 게 뻔하니까


생각에 잠기는 동안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빈틈없이 대사를 친다

화면에 이끌려 생각을 멈추더라도

하늘은 여전히 파랗게

저 위에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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