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녀여행 (ft. 중학생 보호자와 성인 소녀)

내 생애 최고의 여행 파트너

by 퍼퍼플

사실 70세 노모와 한 집에서 사는 동안 나의 엄마와 나의 모녀여행도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딸과 나의 모녀여행은 상상해보지 않았었다. 아니, 그런 걸 기획하면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해왔다.

나의 직장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주고 일과 육아 (이제는 교육에 더 초첨을 둔 중학생 딸을 키우는 일)을 병행하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그저 "빛"이었다. 아이가 6세가 될 때가지 부부가 과거를 새로 살듯(당신들의 딸인 나를 키우는 당신들의 30대는 그저 치열하기만 하여 손녀를 키우는 이 시간은 인형놀이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하시다고 하셨다) 함께 해오신 양육이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홀로 하는 일이 되버렸을 때, 친정엄마와 합가해야겠다는 충분한 명분이 되어 우리 세모녀는 두 집을 합쳐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우리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되도록이면 주중에 우리가 학교 가고 회사 간 동안 외로웠을 엄마를 배려하여 주말 산책과 모든 여행을 함께 했고 그렇게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는데 슬금슬금 사춘기가 그녀를 맞이하러 온다는 것이 느껴질 무렾 여직 둘 만의 모녀여행을 하지 못한채 나의 딸은 친구 또는 학업에 지쳐 엄마를 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잠식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딸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지쳤던 인사팀장 엄마를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서 분리해야할 때라고 동조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구조조정이 끝나기 전 어느날 밤 잠결에 예약한 3박4일의 호텔 만 믿고 여행을 결정해놓았으나 문제는 운전하지 않고 맥주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자기 위해 대중교통을 선택해놓기만 했을 뿐 열차표가 확보되지 않았었다. 물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J인 딸은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초조하고 이상하게 일상은 P, 일은 J로 분리되는 이중인격 엄마는 여행 그 자체만으로 설레었다. 다행히 남동생이 그 주에 집에 있어주기로 하고 여행을 동의받았다.

"간절히 바라면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하라!" 표가 없어 여러 구간 환승해야 하고 심지어 아이와 떨어져 앉아야 한다는 걱정을 나누었더니 사랑스런 동료가 매일 새벽 4시 묶어둔 표를 풀어주는 시간으로 표를 찬스가 생긴다고 했다. 하루종일 새로고침 밖에 할줄 몰랐던 나에게 희망이 생겨 여행 전날보다 더 설래는 마음으로 새벽 3:57 알람을 키고 잠을 청했다. 3분은 출발지와 일자를 헷갈리지 않이 위해 잠을 깨야할 시간 ㅋㅋ

운 좋게 왕복 모두 표를 구해 예정대로 첫 모녀 여행을 떠났다. 동해안을 일주하는 기차는 TV에서 보던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모두 들러 정동진을 거쳐 강릉에 도착했다. 앗! 정동진도 강릉 근처구나!

중1이된 아이는 처음으로 할머니나 외삼촌없이 엄마만 의지해서 가는 여행이 좀 불안하다 했다. 언제나 외삼촌이 여정과 식사메뉴까지 모두 결정하고 여자 셋은 여행 파트너로 항상 따라 다녔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무계획"이 주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실현이다. 계획하고 일정대로 움직이고 먹는 시간은 여행이 아니라 "행사"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3박 동안 매일 하루 한 군데 정도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호텔이나 바닷가에서 쉬엄쉬엄 걷고 책읽고 울다 잠들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 울고.. 중학생 딸은 숙제 하다가 졸고...

그렇게 아이는 처음으로 여행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할머니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닌 아이가 먹고싶은 메뉴를 고르기 위해 고민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싶은 간식 실컷 먹고 낮잠도 푹자고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볼수 있는 호텔 점망에 감사하며 3일을 한 마디 불평없이 내 여행 파트너가 되주었다.


이제 다가오는 다음 여행은 세모녀의 첫 해외여행인데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79세, 49세 그리고 14세의 취향을 모두 반영할 수 있을까...


딸과 나의 첫 모녀여행을 통해 더 강렬하게 느낀 여행 원칙은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누구와 함께 가는 냐가 여행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점...

택시를 타는게 낫겠다, 걷길 잘했다, 몇시에 점심을 먹는게 좋겠다, 할머니 선물은 이게 좋겠다... 여행 내내 보호자 역할을 해준 중학생 딸에게 성인 소녀 엄마가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나의 딸로 태어나줘서 나의 모녀여행 동반자가 되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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