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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이 Mar 10. 2020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마음속에 찾아온 따스한 나날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가지.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합니다. “날씨 좋으면 같이 어디 놀러 가자.”, “날씨 풀리면 한 번 만나자.”, “날이 좋아지면 한 번 보러 갈게.” 등 “언제 밥 한 번 먹자.” 와 같은 분위기의 누군가는 빈말로 느낄지도 모르는 말들을요. 누군가가 저에게 건네준 이 말들을 저는 빈말로 느낄 때도 있었고, 저 또한 빈말로 할 때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빈말’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기약 없이 한 말이라도, 빈말로 느껴지더라도,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가 빈말로 느꼈다고 해서 상대방의 말이 진짜 빈말이 된다는 법은 없기에, 또 진심으로 해줬을 지도 모를 말을 왜곡하고 싶지도 않기에 애써 날 위해 꺼내 준 그 말의 다정함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이 책의 제목,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이처럼 우리가 평소 하는 말들처럼 기약 없는 따스한 나날들을 담았습니다.



사실 이 서평의 글 앞머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요, 요즘 당신의 날씨는 어떠신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날씨가 좋으신가요, 나쁘신가요.  책의 제목처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있든 없든 당신의 마음 날씨가 좋다면, 이 책을 읽고 더 따뜻한 날이 되길 바라고, 우중충한 날이라면, 이 책을 우산 삼아 읽어나간다면 더 없는 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는 시인, 작가는 일상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섬세하게 일상을 관찰하고, 관찰한 어떤 것을 잡아채서 글 속에 담아내는 직업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알고 보면 시나, 소설은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너무나 닮은 작품은 사람들의 엄청난 공감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요. 분명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담겨 있는데, 왜 우리는 감동을 받고 울컥하고 눈물을 흘릴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처 정의하지 못했던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 느낌들을 작가들이 너무나 적확하게 표현해주어서가 아닌가 하고요. 작가들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 가족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해원, 은섭, 명여 이모, 현지… 와 같은 여러 인물들의 한순간 따스한 나날들을 길게 엮어낸 책 같아요. 그래서 이 서평의 제목도 ‘마음속 따스한 나날들’이라고 붙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으면서도 또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담은 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책방 모임, 그 속에서의 즐거운 분위기와 따스한 대화들, 또 해원과 은섭의 만남,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의 삶 면면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공감 가고 실감 나는 이야기이기에 마음속 깊이 와닿는 나날들 같아요. 이 소설의 이도우 작가는 우리들의 나날을 참 다정하게 보여줘요. 따뜻한 시선으로, 따뜻한 문체로요.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고 나른하지만 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소설은 제가 아끼는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문체라며 메시지로 주고받은 대화에서도 그 설렘과 들뜸이 전해져 왔기에, 그래서  읽게 되었어요. 읽고 나서는 친구의 그 말에 온전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이 소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또 실제 작가의 경험도 묻어 나왔기에 더 실감 나게 따뜻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은섭은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는 인물인데요, 왜 책방 이름이 굿나잇이냐고 묻는 해원의 말에 이런 말을 합니다.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라고요. 하지만 이 말도 진심이었겠지만, 후에 은섭은 일기처럼 쓰는 굿나잇 책방의 블로그 비공개 글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내 인생의 오랜 화두가 굿나잇이었어. 같은 진지한 소리를,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 62p.



라는 말을요.



이도우 작가도 이 소설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실제로 ‘굿나잇 클럽’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했었고 또 만들고 싶었다는 말을 하시는데, 은섭의 저 말이 어쩌면 이도우 작가의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나의 오랜 화두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저는 ‘일상’이 제 인생의 오랜 화두였던 것 같아요. 사실 깊게 생각한 건 몇 년 정도밖에 안되긴 하지만, 아무튼, '일상'이 저의  화두이기 때문에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 마음에 드는 구절들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고 하면, '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이 구절이 은섭이 해원을 오랜 시간 사랑해 온 그 마음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은섭은 어린 시절부터 해원과 접점이 있었지만, 어렸을 적 해원은 자신 이외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던 사람이었기에 이 둘의 사랑에 있어서 은섭은 오랜 기간 짝사랑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겨울이 되면, 은섭이 사는 혜천읍 북현리의 마을로 돌아오는 그녀와, 이번 겨울은 조금 다른 겨울을 맞이하며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겨울을 기다리는 은섭의 마음과 딱 맞는 표현 같아요. 이 외에도 다정한 눈길을 담은 구절이 많아서 책이 아주 빼곡하도록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습니다.




어제는 밤을 새우다시피 책방을 대청소하는 바람에 일지를 하루 건너뛰었다. 내가 스케이트장에서 일할 시간에 책방을 지켜줄 사람과, 굿즈 삽화를 그려줄 사람을 동시에 찾았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서쪽에서 온 귀인. 지저분한 책방 지기로 보이는 건 곤란해서 정신 나간 듯이 청소했더니 꽤 피곤하다. 그동안 쌓여가던 묵은 먼지를 다 쓸어 내버림.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 89p.

- 굿나잇 책방 블로그 비공개 글에 실린, 해원이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책방을 청소했었던 은섭의 속마음. 이 책은  해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가, 다시 그때 했던 대화와 있었던 일들을 은섭이 책방 블로그 비공개 글에 일기 형식으로 다룹니다. 이 소설만의 신선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라 재미있었어요.



그의 사랑은… 눈 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 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 198p.

- 사랑을 눈 송이로 표현한 게 좋았어요. 사랑을 막 시작한 둘의 모습이 사랑에 설레다가 사랑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이 현실과 닮아있는 듯했습니다.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 278p.

- 우리는 언젠가 떠날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지금 가진 것들이 참 소중해지는데, 왜 그걸 계속 잊어버리는 걸까요.



“예전엔 나도 문학소녀였으니까.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악역에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붙일 거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지.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구. 인쇄돼서 남을 텐데 뭣하러 싫은 사람 흔적을 굳이 넣겠나 싶은 거야. 어쨌든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 338p.






   멋진 책을 읽으면 늘 그 책의 일부가 되고 싶었고, 근사한 영화를 보면 그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오랜만에 따뜻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저도 굿나잇 클럽의 회원이 되고 싶었고, 굿나잇 책방에 들러 해원과 은섭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소설의 주인공, 해원과 은섭은 저마다의 고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항상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은, (너무 자주 이야기한 것 같긴 하지만) 정말 따스합니다. 따스하면서 우리들 각각의 고통을 굳이 덜어주려 하지 않기에 덜어지는 소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많이 지쳐 있고 일상이 너무나 야박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고 날씨가 따뜻해져서 우산이 필요 없기를, 또 추운 마음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마음속에 작은 난로가 하나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pure_bo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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