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과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을 좋아했었다. 특히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은, 동양 철학사부터 서양 철학사까지 고등학교 수준의 얕은 내용만을 배웠지만, 배우는 그 순간에 즐거움을 많이 느꼈었다.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학자들마다의 논리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지만, 철학이 전해주는 모호함과 열린 사고방식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의 방향을 넓혀줬기에 좋아했고 그래서 지금도 서점에 가면, 항상 철학 관련 분야의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 글의 막을 철학과 관련하여 열었지만, 이번에 소개할 책은 철학과 관련되었다기엔 좀 더 넓은 범위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이라는 제목처럼, 고대에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대로 도착하여 오랜 기간 이어지는 생각들의 이야기로, 차례를 일부 소개해 보자면 이러하다.
차례에서 재미있는 점은, 굉장히 세세하게 챕터별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챕터마다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지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고대인들의 생각과 관련된 주제이다 보니, '내가 구석기시대 사람이라면 나와 이웃, 세상을 어떻게 보았을까?' 또는 '신석기시대 사람은 세계를 어떻게 보았을까?' 또는, '내가 신화의 주인공이라면?'과 같은 고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질문들이 흥미로웠다.
내 주변에 보이는 것은 다 신기하다. 저 울창한 숲에는 뭔가 많은 것이 있다. 시시때때로 나와 친구들을 노리는 맹수들 말고도 뭔가 더 있다. … 이 땅에는 신기한 것이 아주 많다. 무서운 것도 많다. 숲과 강과 들판을 다닐 때는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봐야 한다. 여기서 만나는 것 가운데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다. 우선 말이 통하지 않으니 피해야 할지, 친구처럼 대해야 할지 알 수 없다.
- '내가 구석기시대 사람이라면 나와 이웃, 세상을 어떻게 보았을까' 부분, 44-45p.
또한 이 책은, 사상, 종교, 역사적 차원의 고대인들의 생각을 살피는 내용을 부자간의 대화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전호태 교수와 실제 아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그래서 딱딱한 설명을 하는 책의 느낌보다는 친근하고, 친절하게 내용을 설명해 주는 느낌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친절한 설명 방식의 책임에도 고등학교 시절, 시험 위주의 공부만 하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 기억력 문제인지 요즘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문화, 음양오행론 등 역사와 철학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가물가물해서 내용 자체가 매우 어렵게 다가왔다. 특히 제10장, 불교 ①: 낯설고 매력적인 관념과 문화 부분에서 고등학교 시절에 동양 철학 부분을 좋아했기 때문에 불교 철학 관련 내용도 관심 있게 공부했었는데도,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보다 더 깊게 접근하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실 읽다가 중간에 포기해서 전체를 다 읽지는 못했기에 서평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반도 못 읽은 이 책의 서평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전반적인 고대의 역사, 사상과 관련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종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관심은 많지만, 관심에 지식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은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 아니면 목차를 살펴보고 계속 읽을지 말 지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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