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 중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가제본)
『고양이 해결사 깜냥 ❶-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라는 어린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서평단에 지원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서평단에 지원한 이유는, 아주 어릴 적에 그다지 크지 않은 갈색 나무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었던 동화책을 하루 종일 누워서 읽고, 먹으면서 읽고, 좋았던 책은 계속해서 읽었던, 그 즐거웠던 추억들을 다시 한번 되살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평소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나 소설 작품들을 주로 읽었기 때문에, 동화를 오랜만에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요즘은 소위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과,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많은 것 같다. 이
런 표현은 단순히 아이들만 공감하는 동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일 때 쓰는 듯하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어른이 되어서 읽어본 적은 딱 한 번 있는데, 바로 『어린 왕자』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몇 년 주기로 꺼내 읽었는데, 그때 당시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책의 내용이 새로운 감정으로, 또 새로운 상황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릴 때에는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경험 세계가 확실히 좁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을 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어릴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말, "나중에 크면 다 알아~", "커 보면 알아~"와 같은 말들은 매번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심통이 났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보니, 그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커봐야 아는 감정이 있고, 상황이 있다. 당연하게도 어린이일 때만 알 수 있는 감정도 상황도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내가 생각하기에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어렸을 때의 추억, 순수, 희망, 또 웃음을 되살려주면서, 적절히 어른의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여러 감정과 상황을 제시해 주는, 어른 아이를 위한 동화 같다.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고, 또 현재 겪고 있는 어른의 시절 또한 있으니까.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양이 해결사 깜냥 ❶-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이라는 동화가 바로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 아이를 위한 동화' , 또 '힐링 동화'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기에도 미소를 띠며, 때로는 까르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어린 시절의 순수를 불러일으키는 동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기 전에는, 어린이 책 수상작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또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표지부터 조목조목 뜯어보았었다. '깜냥'이라는 고양이 이름을 딱 들었을 때, ‘검은색’이 떠올랐는데, 그래서 검은색을 가제본 표지로 한 듯했다. 표지의 제목은 흰색 글씨체로, 두껍고 통통한 글씨체라 귀여우면서도, ‘해결사’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이 무척이나 든든했다. 표지와 글씨체보다도 아이들의 흥미를 가장 자극할 만한 것은, 아무래도 고양이 일러스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가제본이어서 그런지, 동화를 어릴 적에 읽고 지금은 거의 안 읽어서 그런지, 책을 펼쳤을 때 글씨체가 다른 도서들에 비해 굉장히 큰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들은 다 글씨체가 컸던 것 같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좀 놀랐다. 차례는, 번호가 매겨져 있지 않고, <실례할게요>, <엄마 올 때까지>, <고양이와 함께 춤을>, <택배 왔어요>, <고양이 경비원 깜냥입니다>로, 총 5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실례할게요>의 이야기는, 깜냥이 점잖게 뒷짐을 지고 경비원 할아버지에게 "여기서 하룻밤 자도 될까요?"라고 당당하게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깜냥은 처음부터 고양이 경비원이 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경비원 할아버지는 요즘 경비원을 줄인다느니, 나이 든 사람을 내보내고 젊은 사람을 뽑는다느니, 말이 많은 상황에서 고양이를 경비실에 들이는 일조차 골치 아픈 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경비원 할아버지의 이런 고민이 비단 동화 속의 내용 같지는 않아서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런 고민도 잠시, 깜냥이 다짜고짜 경비실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깜냥은 첫인상부터 점잖게 뒷짐을 지고 나타나는, 아주 당당한 고양이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인 ‘해결사’ 노릇을 아주 잘 해낸다. 본격적으로 고양이 경비원 노릇을 하게 되는 두 번째 차례, <엄마 올 때까지>의 내용은, 201호 형제들의 장난으로 경비실의 인터폰이 울려 깜냥이 그 전화를 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내용을 다뤘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깜냥은 꽤 오지랖이 넓은 고양이여서 아이들에게 인터폰을 누르지 말라고 직접 야단치러 갔다가, 형제들이 심심해서 그러한 장난을 친 것을 알고 같이 놀아준다. 심지어 야단치러 간 것조차 까먹고 말이다. 깜냥이 형제들과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같이 노는 모습이 상상되어서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입가에 웃음을 띨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와 함께 춤을>에서는, 602호의 아이와 깜냥이 춤을 추게 되는 이야기이다. 의도치 않게 602호 아이의 춤 연습을 보게 된 깜냥은, 엄청난 춤 실력에 놀라, “오 마이 캣! 캣! 캣! 제발, 그만!”이라고 하면서 직접 춤 시범을 보여준다. 고양이답게, 요리조리 뛰어다니면서 춤 실력을 뽐내는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춤을 추는 깜냥을 생각하니 웃기면서도 정말 귀여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깜냥의 말투이다.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원래 책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데~", "원래 아무 데서나 춤추지 않는데~", 원래 무거운 건 못 드는데~" 등 특유의 말투가 있어서 당당하면서 오지랖이 넓고, 또 마음씨 따뜻한 깜냥의 성격을 유추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이 터질 때마다 튕기는 듯하다가, 결국엔 '해결사'답게 일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고양이 경비원 깜냥입니다> 부분은, 깜냥이 도와주었던 아이들이 경비실로 찾아와 깜냥에게 보답을 하는 장면이다. 201호 형제들은, 깜냥에게 작은 생쥐 인형을, 602호의 춤추는 아이는 갓 구운 토스트를 준다. 깜냥은 아이들이 준 선물을 넣기 위해 여행 가방을 꺼내는데, 그 안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여러 선물들이 들어있었다.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건넸었던 깜냥의 따뜻한 마음씨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이 마지막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앞의 내용의 재미와 감동을 다시 전해주면서 마지막에 진짜 경비원으로 거듭나는 깜냥의 모습은, 정말 어딘가에 고양이 경비원 깜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아름다운 마무리 같았다. 내가 읽은 이 책은 가제본이라 정식 출간 시에는 내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데,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은 똑같이 실어서 출간된 후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읽게 될 때 나처럼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가 이 책의 편집자라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 또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키워드를 블로그든, 책이든 넣고 싶을 것 같다. 앞서 내용을 설명할 때, 경비원 할아버지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현실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었는데, 이 책은 경비원들의 현실을 적절하게 잘 다룬 느낌이 들었다. 경비원들의 노고라든지,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주민들이라든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든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나치지 않고 몸소 도와주는 깜냥의 모습에서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른, 아이 모두 읽으면 좋을 동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편집자라면 깜냥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좀 더 마르고 도도한 느낌의 고양이로 할 것 같다. 지금의 일러스트는 통통한 펭귄 같은 모습의 고양이인데, 책을 읽어보면, 도도한 느낌이 강해서인지 조금 더 날카로운 이미지가 상상된다. 또, 표지에 관해서는, 나는 깜냥이 여행 가방을 열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선물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에서 감동받았기 때문에, 표지를 깜냥의 트렁크 안에 있는 선물들마다 그 선물을 준 사람들의 얼굴이 이어지는 느낌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투명색 가방이나 파우치 안에 있는 물건들이 다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막상 디자인하면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이 책은 앞으로 시리즈로 나온다는데, 한 번 표지를 정하면, 계속 비슷한 느낌으로 표지 디자인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떤 표지가 완성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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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정보
* 본 글의 도서는 창비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제공받은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은 오로지 저의 생각입니다. 서평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창비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 창비 출판사에서 감사하게도 정식 출간된 책을 보내주셨어요! 표지 디자인이 제가 생각한 방향과는 달랐지만, 새침하고 도도한 깜냥의 이미지와 일러스트가 잘 어울려서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