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달팽이 Apr 16. 2024

하루 세 시간,
나다워지는 시간

이보다 더 충분할 수 있을까

여느 때처럼 평범한 아침, 오늘따라 셋째 아이가 유난히 떼를 쓴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어댄다. 이제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자 눈물 콧물을 빼며 앙앙 운다.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서게 되서일까. 아이가 집을 나서야 할 시간, 렌털하는 공기청정기를 갖고 오시는 기사님을 기다리며 빨래를 널었다. 기사님이 다녀가신 후 황금 같은 오전시간이 지나갈 새라 나는 얼른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아이를 데려가려는 찰나 아이는 바쁜 내 마음도 모르고 울며 매달린다. 우는 아이를 간신히 유모차에 태워 밖을 나선다. 아이는 여전히 떼를 쓰며 운다. 나는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킨 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편의점 앞으로 갔지만 아이는 유모차에서 일어나지 않고 울어만 댔다. 어린이집에서 간식 먹을 시간인데, 아이는 울어대고 편의점에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유모차를 밀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빨리 아이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에 아이를 급히 유모차에 앉히느라 어린이집 가방도 챙기질 못했다. 어린이집 근처에 다다랐지만 아이는 계속 울어대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에게 간식을 사주어서라도 기분을 풀어 준 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어린이집 근처 슈퍼에 왔지만 울기만 할 뿐 간식을 고르려 하지 않았다. 슈퍼에 들어와 그냥 나갈 수 없어 아무거나 골라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계속 울어도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 해서 아이가 진정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 앞으로 갔다. 웃으며 보내고 싶었지만 아이를 더 울게 놔둘 수는 없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선생님이 잘 달래주실 것이고, 아이는 또 웃으며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갈팡질팡, 우왕좌왕 오늘 아침의 내 모습이었다.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하원시간까지 시간이 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면 첫째 둘째가 돌아올 시간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세 시간 정도가 된다. 그 안에 나는 글을 쓰든 책을 읽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다. 집안일은 잠시 미뤄두거나 아침 일찍 분주히 움직여 집안정리를 해야 한다. 미라클 모닝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체력이 되지 않아 하루를 비몽사몽으로 보내야 했다. 나는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딱 세 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나의 오전은 황금같이 귀하디 귀하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급해진다. 오늘같이 셋째 아이의 등원이 늦어지는 날이면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 아이의 마음을 살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원 후 웃으며 만난다. 


나는 이 세 시간을 기적이라 말한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자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니 이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맞춰진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가 보람 없이 지나갈 때가 많았는데, 오전 세 시간을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니 엄마로서의 나 자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다울 수 있을 때, 나답게 느껴질 때 충분함을 느낀다.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지만, 오늘을 과거로 보내고 새로운 오늘을 맞이해 또다시 나에게 집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진다. 나다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힘든 일이 있더라도 버텨진다. 마음에 중심이 생겨서일까? 남편에게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면 내 존재가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다가도 그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라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준만큼 똑같이 나 몰라라 하려다가도 남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대화로 풀어나가려 노력한다. 그리고 남편의 저녁을 챙기고 남편이 마시는 차를 끓여 갖다 준다. 그럼 남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일상을 버티고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힘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에서 온다. 오롯이 내가 되는 시간을 통해 마음이 단단해진다.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니 위기라고 느껴질 순간들에 마음을 얼른 다잡게 된다. 내가 나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참 감사한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꺼내보는 그날 그때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