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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

드라마보다 소설이 더 재미있는 이유는 장면을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순간은 이야기에 막 빠져들 때다. 몰입하고 있음을 느낄 때 희열이 있다. 책 전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해 내고, 이야기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함으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와 같이 삶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아 반갑고 기쁘다.


실제 작가의 외모나 나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생각이 깊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면에서는 닮고 싶기도 하다. 일반인에 비해 사유의 능력이 좋은 걸까, 끝까지 파고드는 집념이 다른사람보다 더 강하고 집요한걸까. 다채로운 언어의 표현은 몰입감에 속도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소설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독서와 글쓰기가 있었을 지 상상해 보게 된다.


현 작가님들을 따라 잡기에 무리수가 있는 나의 햇병아리도 안되는 수준이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 소설책 한권 쯤 선보이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의 의미를 이야기에 덧붙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답이 무엇인지 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스스로 알아내고 싶었다. 마치 독립을 막 시작한 사회 초년생처럼, 설레는 마음 가득이었다. 그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알아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마음에 대견하다고 어깨를 툭툭 쳐주고 싶었다. 소설을 쓰기 앞서 소설을 쓰는 방법을 어딘가에 돈을 주고 배울수도 있지만, 여러 소설책을 읽으며 알아내고 싶었다.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소설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이 세상에 빛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 빼고 모두 다 소중하다. 나는 그런 사람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다. 나 또한 평범하게 삶을 유지하고 버텨내는 사람이니까.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자랑거리가 되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한 삶이 자신에게 만족스러울 때, 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소설을 쓰려면 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세상에 어떤 갈등이 일어나는지 부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까지, 세상의 별별일을 다 알아야 한다. 의심도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해야 한다. 마치 기자처럼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파헤칠 수 있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거짓요소가 없어야 한다. 세상의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빗대기 위해선 그 사건과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 어떤 소설도 작가 개인만의 취향이나 이야기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좋아한다면 한번 쯤 세상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한다면 노력도 해야 하니까. 조금 머리를 싸매면 어떠한가. 한번뿐인 인생에,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좌절도 해보고... 그러니 지레 겁먹고 포기할 일도 없지 않을까.




소설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


첫째,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걸 잘 알아차려야 한다. 말이 트이지 않은 아기를 돌볼 때 아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듯,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한번은 아이가 잠을 자다 새벽에 칭얼 댔는데, 아이가 더워서 그런건지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가 빠져서 그런건지 알아야 했다. 쪽쪽이를 물려봐도 안아줘봐도 아이는 잠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물 줄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응." 하고 대답을 한다. 20개월 된 아이는 물을 꿀떡 꿀덕 잘도 마셨다. 그리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이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던 것이다.


둘째, 소설 또한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작가 스스로 세상에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세상에 늘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나와 내 주변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은 현실과 상상이 함께 맞물려 있는 것이다. 내면의 깊은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만나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거라는 생각한다.


셋째,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삶이든 다른 사람의 삶이든 의미 없는 삶은 없다. 모든 행동과 말에는 의미가 있다. 왜 그렇게 말 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다보면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상대의 마음은 무엇인지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이야기든, 어떤 상황이든 글의 소재가 될 것이기에 늘 주의깊에 바라보고 의미를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글의 주제가 몽글몽글 올라올 것이다.


모든 글은 세상과 맞닿아 있다. 나라는 한 존재는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라는 고유성은 보편적인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삶이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글을 통해 지식 뿐만이 아니라 위로와 공감을 받길 원한다. 너와 내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속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글의 장르가 나누어 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소설은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와 상대방을 면밀히 잘 관찰하고 상대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 공감할 수 있다면 소설을 쓸 준비는 다 끝난 것이리라. 나의 이야기는 이제 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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