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나를 다스릴 수 있다.
인간관계와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내 마음을 다치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는데 어떤 상황에 마음이 갑자기 크게 동요되면 원치 않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소한 일이든 사람과 관계되지 않은 일은 없고 피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만한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을 위해 자기 자신을 돌보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수용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것이 해소가 되지 않을 경우 화나 분노, 심할 경우 폭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이상동기 범죄가 이슈화되고 있다. 범죄 동기 안에는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건 남을 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처벌해야 하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 그런 범죄를 두려워하고 사회 탓을 하기보다 - 나 자신의 불안을 들여다 보고 내 안에 어떤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분노를 일으키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분노나 스트레스는 아무 이유 없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 드러내지 못한 마음 상태가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떤 지점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모른다. 길을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과 부딪혀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자신만의 판단으로 자신의 상황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게 되기도 한다. 무조건 참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백지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해를 주지 않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을 보면 매 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이야기다. 부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개인에게서 드러나는 행동과 정서의 특징들은 어린 시절 가정환경, 부모의 양육태도 등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내면에서 해결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는 결혼생활을 하며 부부 사이에서 발현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들이 부모나 가정환경에서 온 것일지라도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되어서 언제까지 원망하며 끌어안고 살 수는 없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결방안을 찾고 극복을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은영 박사는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해 버리고 마는 한 남편 출연자에게 '내 마음은 내 것'이라고 말했다.
내 마음은 내 것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돌보고 조절해야 한다. 자주 분노를 참지 못한다면 분노가 발생되는 부분을 정확히 찾고 분노가 폭발하려 할 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전달하거나 마음속으로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글쓰기로,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돌보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 언니에게 화가 났을 때 수첩에 화가 난 이유나 미운 점을 적어 엄마에게 보여주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적는 행위를 통해 화난 상태를 직시하고 화를 눌렀던 것 같다. 그것이 일기의 시작이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어떤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글로 드러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건을 적거나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진다. 나와 관련된 일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내 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해 내려 애쓰게 된다. 그 반응을 대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나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남편의 말이었다. 남편이 나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닌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음을 말했던 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였다. 남편의 비난같이 들리는 말들에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어 남편에게 잘못을 지적해 화를 돋우기도 했다. 가장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배우자에게 험한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을 잃은 기분이 들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1년 전 블로그에 처음 썼던 글들은 분노나 미움이 섞여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재작년 11월에 셋째를 낳고 몇 개월 되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툭치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은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감정 그대로 상대가 미우면 미운대로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드는 대로 쏟아냈다. 과거부터 현재의 이야기까지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끄집어냈다.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들을 자세히 글로 적었다.
정확히 언제까지 그런 글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가족에 대한 원망의 글을 쓰지 않았다. 미움이나 분노도 떠오르지 않았다. 과거에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하기보다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가족에게 영광을 드러내고 그것이 효라 생각했던 지난날들과 인사하고 나와 현가족이 살아갈 날을 위해 현재 집중해야 할 것들을 내 마음과 몸에 새겼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업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데 힘을 써야 했다. 주부로서의 업을 놓을 수는 없어 살림과 육아, 그리고 공부의 공존을 위해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매사 완벽할 수는 없기에 몸을 돌봐 가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
글을 씀으로 과거의 일은 과거의 것으로 흘려보내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게 되었다. 개인만의 욕심으로 원하는 것을 이뤄낸다 해도 가족의 동의나 인정이 없이는 하나도 기쁘지 않을 것이니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나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고 그동안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등 업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에 동요되지 않는 평온한 상태에서만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 단순히 작가라는 직업을 바라고 글을 쓰기보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데 집중하여 글을 쓴다면 온전히 자신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자신의 말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된다. 혼자서는 기쁠 수 없듯 함께여서 나눌 수 있다. 슬픔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니 내 안에서 먼저 감정을 정리한 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의 여정에서 상대에게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다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값진 인생이 될 거라 믿는다. 자신을 다스림으로 미래의 희망과,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