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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r 13. 2024

나로 살리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자기 공감'의 글쓰기  

나로 살리는 따뜻한 말 한마디

- '자기 공감'의 글쓰기


둘째 셋째를 키워봤으니 육아가 힘들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어린아기를 돌보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아이의 뒤척임에 같이 일어나야 하고 몇시간 자지 못하고 새벽에 분유를 타 먹여야 한다. 첫째 둘째는 모유를 먹였기에 분유를 먹이는 일이 더 쉬운일 일거라 생각했지만 분유를 타는 동안 우는 아기를 보는 것도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얼른 분유를 먹여야겠다는 조급함과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족들을 깨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분유를 다 먹이고 나면 아기를 꼬옥 안고 재우느라 몸이 결리고 뻐근하다. 육체적으로 힘든 나날이지만 아이가 100일이 되어가면서 조금씩 수면패턴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통잠을 자니 여유가 생긴다. 덕분에 아이를 안고 줌으로 심리학 공부를 할 수 있다.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다보니 나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가 어려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답답함과 여러 고충들이 마음 속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셋째가 100일이 되어갈때 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과제로 나의 이야기를 써야 했다. 카페에 과제를 올리면 글이 생생하게 읽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글을 쓰는데 용기가 생겼다. 과제로 썼던 글은 일기로, 일기는 블로그로 이어졌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이면 노트북을 켜 글을 썼다. 진짜 나의 이야기 였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위로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지금 나의 힘든 점을 써 내려갔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은 조회수가 저조했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댓글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껏 글을 썼다. 어떤 반응도 비판도 없었기에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것이 원망하는 마음이든 미워하는 마음이든 상관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모든 원망을 쏟아붓고 나니 언제부턴가 글을 잘 쓰고 싶어 졌고 인정받고 싶어졌다. 글쓰기가 직업이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하니 막막했다. 그때 읽었던 책이 글배우의 '고민의 답'이었다. 인스타로 팔로우하고 있어 종종 글배우 님의 글을 읽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새로운 책을 출간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그 책 제목이 '고민의 답'이었다. 게시글 속에는 책을 사면 글배우 님과 전화로 고민상담을 하는 이벤트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나는 아무런 고민 없이 책을 사 이벤트를 신청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현직작가에게 작가가 되는 법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처음으로 작가라는 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작가님은 끊임없이 사유하고 글을 쓰라고 말해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자신보다 더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었다. 나는 작가님의 조언으로 아이가 잠든 시간이면 무조건 글을 썼다. 글을 쓰다 막히면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중 만났던 책이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였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책이다. 저자는 아침마다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쓴다 했다. 공책에 연필이나 펜으로 주제를 정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을 쓰는 것이다. 페이지 수도 정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쓰면 되었다. 나는 한동안 그 방법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 공책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써도 되나?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한 장 두 장 써 내려갔다. 스스로 검열을 하다 보면 글을 쓸 수 없었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 온라인에 공개하기 전의 글이라면 어떤 내용의 글이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글쓰기 훈련이 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글을 썼다.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나는 나와 대화를 나눈다. 마음과 생각을 적은 글을 보며 위로를 하고 공감해 준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기 위해 잘 쓰려 애썼다면 작가라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글쓰기로 나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진짜 내 마음을 숨겨야 할 때도 많고, 참아야 할 때도 많다. 내 마음이나 생각과 달라도 수용해야 할 때가 많다.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진다. 특히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는 말을 할 때면 나의 존재가 쓸모없게 느껴져 마음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그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는 것은 글쓰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날카롭게 대하기도 하는데, 글쓰기로 나를 치유하고 나면 좀 더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대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뿌듯하다. 공감한다는 댓글을 읽거나 구독자 수가 늘어날 때 희열을 느낀다. 기분좋은 감정이 아이들에게 전달 됨을 느낀다. 힘든 마음을 감추고 누르고 있으면 언제 어떻게 아이들에게 표현될지 모른다. 그런데 나를 공감하니 아이들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줄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나의 마음과 욕구를 표현하고 공감해 주고 토닥여주는 과정이다. 마치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난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마음이 평온해지면 나를 둘러싼 상황과 가족들의 말과 행동으로 감정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게 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상대와의 원활한 소통을 바라기 전에 나를 아는 것이 먼저다. 내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면 다른사람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로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는다. 그럴 때 억지로 상대에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을 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본다. 지금해야할 일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상처받은 마음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에게 불만인 나의 행동을 돌아보고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떠올려본다. 나는 어떤 마음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는지 내 마음을 관찰한다. 그런 다음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도 집중을 해본다. 가만히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면 나에게도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에게 양심이 있고, 선하게 살고자 하는 기본 욕구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찰을 하게 된다. 상대방도 나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처받은 마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말했을까 생각한다. 상처를 받았지만 되려 미안해지기도 한다. 상대방과 나의 느낌과 욕구에 집중하다보면 미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존재 자체만이 남는다. 사람에게는 감정과 욕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존재 자체로 소중하듯 서로의 감정욕구도 소중하다는 깨달음이 온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려면 나의 마음부터 먼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관계를 바꾸는 심리학 수업의 저자이자 백선영 TV의 백선영 강사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말을 나에게 건네는 것을 '자기 공감' 이라 했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때 '평온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의 대상이 '나'가 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알고 공감할 수 있을 때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이다. 나는 글을 씀으로 나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한다. 나를 먼저 이해하고 나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나의 생각만을 주장하고 이해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나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음의 상처로 힘들고 외로웠다면, 이제는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보자. 나를 향한 자기공감은 다른 이에게 전달되어 위로와 공감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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