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공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글쓰기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글을 올려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다른 이의 블로그에 방문해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지 않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할 무렵 어느 한 블로그에 방문했다가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됐다. 당시에는 브런치라는 이름이었고 지금은 브런치 스토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블로그는 키워드에 맞춘 글을 써야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거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에 해당하는 블로그 글이 뜨기 때문에 그 방법을 모르면 내 글을 읽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게 된다. 그 방법을 모르고 글을 쓰니 조회수도 방문자 수도 저조했다. 간혹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를 소재로 글을 쓰면 조회수가 나오긴 했지만 그 이상 그 어떤 반응도 있지 않았다. 글을 잘 쓰고 있는 것인지 공감되는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브런치(브런치 스토리)에 들어가 가입을 하려고 할 때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작가신청'이다. 글에 대한 심사가 통과되어야 작가로 승인받아 글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작가로 등단하는 것처럼 어려운 관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제 작가분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심사가 통과된다면 '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일종의 여러 관문들을 두어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장치 인 듯 하다. 우려와 달리 나는 한 번에 승인을 받았다. 브런치 속 글을 읽어보니 여러 번 거절당한 분들도 계셨는데 어떻게 한 번에 통과가 된 건지 신기했다. 브런치는 작가가 꿈인 내게 도전과 기회의 장이다. 매년 공모전이 열리고 수상을 하게 되면 출간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기회의 문은 좁고 높았다. 그동안 써온 글을 모아 브런치 북을 발간해 응모를 해야 하는데,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개의 글을 묶어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초안을 만드는 것과 비슷했다. 주제도 신선해야 했고 글이 탄탄해야 했다.
브런치에 처음 올렸던 글을 찾아보니 8명이 하트를 눌러주었다. 앞으로 글을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이 담긴 글이었다. 당시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짧은 글이었지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하트의 총 개수가 몇 개인지 신경쓰지 않았다. 하트가 눌려질 때마다 신기할 뿐이었다. 블로그를 하며 느껴보지 못했던 관심을 받는 것 같아 뿌듯했다. 하트를 눌러준 사람이 내 글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읽어주었을까에 대한 궁금함이 일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적은 하트 수나 조회수에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글쓰기 세상을 만난 건 분명했다. 칭찬과 응원의 댓글은 계속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안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글이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한다. 조회수가 늘어나거나 구독자가 늘어나 '구독자 급등 작가'로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어 보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없었다. 댓글로 소통도 해보았지만 실제 작가가 되는 것은 먼 나라의 일인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이 드문해 졌다. 책 출간이라는 꿈이 현실로 이뤄지기에 부족한 나의 실력을 탓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브런치 속 많은 작가분들의 글 속에서도 출간에 대한 염원을 봐왔는데, 그들 또한 나처럼 꿈은 꿈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하나같이 계속 글을 쓰겠다 한다. 글쓰기의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았다. 부족한 글력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들의 마음가짐처럼 그럼에도 글을 쓰고 책을 읽자 마음을 먹었다. 나의 글쓰기 실력을 인정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브런치 속 제안이나 공모전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자가출판을 하는 작가들도 있다. 독립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직접 출간을 하거나 출판사에 자비로 계약을 해 책을 내기도 한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부크크'라는 자가출판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만들 수 있다. 출판물을 '텀블벅'이라는 펀딩 사이트에 올려 펀딩을 받아 출판을 하기도 한다. 책을 출간하는 방법에는 출판사의 제안이나 공모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만드는 데 출판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자신의 힘으로 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책을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쓰고 싶은 주제는 있지만 일관된 주제로 하나의 책을 만들어 내는데 실력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브런치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 글이 있고 그 속엔 각자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나 심리 분야에서부터 가족의 투병생활, 죽음에 대한 주제까지 깊고 심오하다.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글도 많다. 그 작가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져 안아주고 싶다.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감동이 있었다.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고백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브런치 속에서는 그 누구도 비난받을 자가 없었다.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작가는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고백하거나 누군가의 삶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삶과 삶을 비교할 수 없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삶대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다른 이의 삶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열심히 살라고 일침을 가한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라 말한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 누구도 당신의 글은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댓글로 마음을 토닥이고 공감해 준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얼굴들이 서로를 향해 격려하고 위로를 보낸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개글쓰기를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브런치 안에 작가신청이라는 하나의 산이 있지만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내보인다면, 당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승인으로 응답해 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꺼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