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치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본 만화가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난다.
어떤 내용이었냐면,
주인공들이 막다른 길에 서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하나씩 맞출때마다
돌계단이 하나씩 생긴다.
힘을합쳐 문제를 풀던 주인공들이 마지막 한 문제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쯤이면 그냥 점프를해도 될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마지막 문제는 패스한다.
그런데..
풀지 않은 그 마지막 한 문제 때문에 주인공의 엄마가 사망했다.
문제를 풀면 돌계단만 생긴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주변인들도 풀려나는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 하나를 건너뛰었다고 엄마가 죽다니...
어린나이에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아직까지도 만화의 그 장면이 잊혀지질 않는다.
가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예쁜 무언가를 봤을때 프랑스자수를 놓는다.
하지만, 하고싶은 마음만큼 자주 놓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수를 놓기 위한 과정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번거롭기 때문이다.
완성도있는 자수를 놓기 위해서는
첫째, 충분히 스케치를 그려야 한다.
어떤 구도로 수를 놓을지, 어떤 그림을 만들지
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구상한다.
둘째, 여러 색실 중에서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셋째, 스티치 기법을 정해야 한다.
도안의 부위별로 가장 적합한 스티치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수를 놓을 수 있다.
수를 놓는 즐거움, 예쁜 완성작을 보는 기쁨에
일을 시작하지만 이 과정들은 지난하고 때로는 지루하다.
실행만큼 혹은 실행보다 오래걸리는
<준비과정>들..
때때로 이 과정들을 건너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건너 뛰었을때 결과물이 어떤지 이제는 안다.
일도 마찬가지다
빨리 성과를 얻기 위해, 빨리 실행하기 위해 대충 준비할때에는 꼭 문제가 발생한다. 원하던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성취의 기쁨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실행만큼 실행전 준비단계가 중요하다.
문득 자수를 놓다,
자수를 놓는 것과 일을 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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