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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y 20. 2024

14,886걸음

다리가 아픕니다.

산책을 다녀와서 아픈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오늘 1학년 애들 데리고

외부체험 활동 다녀왔네요.



아- 정말 쉽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 녀석들 밖에 나가서 정말

수업 집중 못하고 딴짓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다가 혼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웃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어느새 포기한 듯한 외부 강사님들의

표정을 보며 부끄러움은 어째서

우리 1학년 선생님들의 몫인가, 싶더라고요.

이 녀석들...



한 강사님은 저희에게

“중학생 가르치시는 거 존경합니다!”라고 하시고,

한 강사님은 저희에게

“자기는 고등학교만 가려고요. “라며

굳은 다짐을 보이셔요.

저라고 왜 안 그러겠습니다.

저는 14년부터 고등학교 가고 싶었어요.

네, 그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활동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몇몇의 남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도대체 왜! 그렇게 난리를 치냐?”

그랬더니,

“너무 재밌어요. 나가는 게.”

이럽니다.



아... 이건 뭐

혼내기에도 애매합니다.

국어 시간에 얌전히 잘해줘서

칭찬 많이 해줬는데

그 칭찬 먹고 힘이 났는지

외부에서 미친 듯이 까불거리다

들어가는 애들 보며 말했어요.




“2학년 올라가면

좋은 국어선생님 만나~“라고요.




애들은 제가 2년 연속 맡아주길 바라지만

저는 2011년 토끼띠 아이들의 에너지를

받아내기가 가끔은 벅차요.




14,886걸음을 걸으며

100번이 넘게 조용히 해,라고 말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장난치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미워지는 날입니다.





어이, 1학년.

국어 시간에 집중하는 것만큼만

밖에서도 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옆에 앉은 애 옆구리 찌르지 말아 줄래?

제발, 강사님께서 말씀하실 때 떠들지 말아 줄래?

제발, 다른 친구들한테 욕 하지 말아 줄래?




아.... 암튼 그렇습니다.

오늘은 힘듭니다.

다리 아파요.

근데 사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이런 내 맘도 모르고

6교시 후 또, 사건이 터졌습니다.

오 마이갓.




세상의 모든 중학교 근무 선생님들.

거기에 더해

중 1 가르치는 샘들,

힘내세요.




저도 힘낼게요.





* 오늘 소설은 잠시 쉬어갑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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