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걸은 날: 2018/08/25 (토)
걸은 곳: 하늘공원
꼭 초가을 같았다. 맑고 파란 하늘, 산산한 바람, 걷다보면 슬그머니 고개 내미는 땀까지.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였을까. 8월의 어느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걷기 좋은 날씨였다.
오래간만에 하늘공원을 찾았다. 하늘공원은 내가 편애하는 공원이다. 1년에 한번 이상 들른다. 올해는 아마 처음. 가을이 되면 또 가지 싶다.
이곳을 자주 찾는 건, 서울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적합할 것 같다.
하늘색이 쏟아지는 기분.
이날도 그랬다. 바다가 부럽지 않은 하늘이었다. 나는 연방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하늘을 차곡차곡 쌓으며 걸었다.
멀리 비행기가 보였다. 근처 공항에서 날아온 것이리라. 내겐 비행기에 대한 추억이 없다. 공연 때문에 제주도를 가려고 딱 한 번 타본 게 전부니까. 이런 나를 두고 많이들 놀라지만, 여행에 큰 관심이 없는 내겐 별스럽지 않다.
이런 나지만, 비행기를 보면 애틋해진다. 과거의 사람 때문이다. 나와 달리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 비행기과 공항, 자신의 캐리어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던 그 사람.
나를 두고 훌쩍 떠나곤 했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저 비행기에 그녀가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잠깐 마음이 무거워진다.
과거의 사랑은 이렇게 질기다. 아무리 씹고 갈아도 잘 소화되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입 속에서 우물거려야 하나.
손을 잡고 걷는 사람들은 예뻐 보였다. 눈부신 하늘과 찬란한 노을도, 그들 앞에선 그저 조명에 불과했다. 그래, 사랑은 주변을 조연으로 만드는 법이다.
노을 뒤에 몰려올 밤을 피해 나는 발길을 돌렸다. 하늘공원은 밤에도 아름답지만, 이날은 보지 않았다. 다음을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올라갈 때와는 전혀 다른 색. 오후에서 해질 무렵으로 시간이 흐른 까닭이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풍경을 보며 나는 하루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의 하루는 얼마나 다채로웠나.
어제는 어땠고, 또 내일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