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
걸은 날: 2018/09/18 (화)
걸은 곳: 서울로7017
밤은 신비롭다. 불빛과 그림자가 뒤섞여, 익히 알던 풍경도 낯설게 만들어준다. 밤을 걷다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여행자가 된다.
지난밤 서울로7017을 산책했다. 처음 가본 길이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서울의 밤’다웠다.
높은 빌딩
휘황찬란한 불빛
논리적인 신호체계
여기에 맞춰 움직이는 셀 수 없이 많은 차들
또 바삐 걷는 사람들
멀리 보이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상대적으로 낡은 주택가
근사한 외관의 식당과 카페
이와 달리 허름한 술집
낮처럼 환한 곳에서의 웅성거림
마치 새벽 같은 한산함
내가 ‘서울의 밤‘하면 연상되는 것들이, 그곳엔 동시에 펼쳐져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거의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내가,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은 그리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는 중이다.
누가 그랬다. 서울의 밤은 찬란하지만, 모두에게 찬란한 건 아니라고. 갈수록 높아지고 밝아지는 서울은, 보통 혹은 그 이하를 자꾸만 밀어낸다고.
누군가와 서로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던 그날 밤. 나는 일찍 산책을 끝냈다. 가방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며 다시 역으로 걸었다.
미지근했지만, 괜찮았다.
다행히 가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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