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_3>

손톱을 바투 자르며

by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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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손가락 손톱을 바투 잘랐다. 남들에겐 별 것도 아닌 일이, 내겐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둘만한 일이다. 기타 때문에 항상 기르고 다녀서다.


보통 1년에 두 번. 공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과 겨울에 바투 자르곤 하는데, 올 여름엔 계속 녹음을 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그냥 놔둬도 될 걸 기어이 한 번씩 바투 자르는 이유는 딱히 없다. 굳이 찾자면 기분 전환?


이렇게 자르면 내 손가락이 아닌 것 같다. 손톱에 걸리는 것 없이, 생살이 바로 물체에 닿는 느낌이 낯설다. 지금 키보드를 치는 감각도 꽤 신선하다.


바투 자른 손톱은 연습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선 기타. 손톱이 짧으면 아르페지오 연주가 조금 어려워진다. 기타 줄이 손가락 끝에 닿는 감각도 어색하고, 무엇보다 음량이 작아져 평소보다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물론 워낙 오래 기타를 연주해온 터라 금방 적응되긴 한다.


피아노의 경우는 약간 편해진다. 건반을 누를 때 방해하는 게 없어서다. 늘 손가락을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고 건반을 누르는데, 그 불편함이 사라지니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가 된다. 손톱이 자라면 기타는 한결 편해지고, 피아노는 다시 어려워진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득 사는 것도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하나가 좋아지면 뭐 하나가 나빠지고, 어떤 것이 좋아지는가 싶으면 금방 나빠지고, 그러다 다시 좋아지고 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순환(巡還)‘이라고 말하는 삶의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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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손톱을 모아버리며 경솔하게 웃고 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뭐든 돌고 도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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