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바투 자르며
오른 손가락 손톱을 바투 잘랐다. 남들에겐 별 것도 아닌 일이, 내겐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둘만한 일이다. 기타 때문에 항상 기르고 다녀서다.
보통 1년에 두 번. 공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과 겨울에 바투 자르곤 하는데, 올 여름엔 계속 녹음을 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그냥 놔둬도 될 걸 기어이 한 번씩 바투 자르는 이유는 딱히 없다. 굳이 찾자면 기분 전환?
이렇게 자르면 내 손가락이 아닌 것 같다. 손톱에 걸리는 것 없이, 생살이 바로 물체에 닿는 느낌이 낯설다. 지금 키보드를 치는 감각도 꽤 신선하다.
바투 자른 손톱은 연습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선 기타. 손톱이 짧으면 아르페지오 연주가 조금 어려워진다. 기타 줄이 손가락 끝에 닿는 감각도 어색하고, 무엇보다 음량이 작아져 평소보다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물론 워낙 오래 기타를 연주해온 터라 금방 적응되긴 한다.
피아노의 경우는 약간 편해진다. 건반을 누를 때 방해하는 게 없어서다. 늘 손가락을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고 건반을 누르는데, 그 불편함이 사라지니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가 된다. 손톱이 자라면 기타는 한결 편해지고, 피아노는 다시 어려워진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득 사는 것도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하나가 좋아지면 뭐 하나가 나빠지고, 어떤 것이 좋아지는가 싶으면 금방 나빠지고, 그러다 다시 좋아지고 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순환(巡還)‘이라고 말하는 삶의 성질.
잘린 손톱을 모아버리며 경솔하게 웃고 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뭐든 돌고 도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