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같은 석양을 보면서도 한 사람은 그 장엄함에 숨을 멈추고, 다른 사람은 그 쓸쓸함에 마음이 아릴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미감의 렌즈를 끼고 살아간다. 이 차이가 때로는 충돌의 원인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미적 감각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면,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화음을 이루듯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한 사람의 창작이 다른 사람의 영감을 자극하고, 그 영감이 다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진다. 마치 나무가 서로 다른 높이로 자라며 숲을 이루는 것처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이 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미감을 설득하고 관철시키려 하는 대신, '듣는 사람'이 되어 상대의 관점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그러면 세상이 갑자기 입체적으로 변한다. 내가 보지 못했던 색깔들이 보이고,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린다.결국 다양한 미감이 공존하는 세상은 더 깊고 다정한 곳이 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청할 때, 우리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인간다움의 더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된다.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물어온 딸에게 패터슨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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