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휴직-퇴사를 하는 일련의 기간 동안 나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글쓰기와 주식이다. 게으른 나의 천성을 물리치고 어쨌든 꾸역꾸역 -블로그 서평까지 포함하여- 주 5일 글쓰기를 하고, 브런치 글은 목표했던 백 개를 향해가고 있다. 주식은? 작년에 퍼랗게 멍들었던 통장은 지금 빨간색으로 바뀐 지 오래다.
전문 매매인처럼 엄청난 돈은 아니지만 작고 귀여운 나의 시드머니는 천천히 몸을 불리고 있다. 수익이 작년 손실을 만회하고, 주식 스터디에 들인 비용만큼 회수할 수 있는 정도가 되자, 나는 이제 '주식이 취미'라고 커밍아웃(?)할 정도의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현재 상승장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작년 내내 많은 주식쟁이들이 몸서리치는 박스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인 것 같다.
작년 글에서처럼 하락장에서 주식을 처음 시작하고 만회하려 많은 책과 칼럼을 찾아 읽었다. 맨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마법의 돈 굴리기>(김성일, 2017, 에이지21)인데, 거기서 얻은 결론과 그동안 배웠던 내용을 결합해 몇 가지 원칙을 세운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이 책 정말 많이 홍보하고 다녔는데, 이 분과 아무 관계없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1. 욕심을 버리자.
- 처음부터 여유자금 다 때려 넣지 말자. 손 떨리는 금액이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정상 사고가 어렵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부터 시작하고 천천히 늘려나가자.
- 급등주 잘 잡으면 200%? 남 얘기다. 설사 한 번 달성했대도 초심자의 운일뿐. 하루 종일 차트 들여다보는 '꾼'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목표 수익률도 작고 소박하게 잡자. -'잃지 않기'도 괜찮다.- 그래서 나는 주로 ETF를 거래한다. 등락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2. 쉬운 전략을 짜자.
-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되 지속 상승하는 ETF-예: 코스피 200과 금, 혹은 채권- 몇 개를 관심종목에 넣어두고 하락할 때 분할해서 산다. 2~3회 정도. 둘을 비슷한 금액으로 보유한다.
- 승률을 똑같이 맞추자. 만약 3% 수익일 때 절반 매도, 6% 수익일 때 나머지 절반 매도라면(승), 똑같이 -3%일 때 절반 매도하고 -6%일 때 나머지를 모두 손절한다.(패)
- 그러나 가끔 여력이 된다면 물타기(하락한 주식을 사들여 손실률을 낮추는 것)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장기 우상향 ETF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3. 매달리지 말자.
- 종목당 백만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면 아무리 욕심나도 그 이상은 사지 말자. 추격 매수하다 99% 후회한다. 적당한 종목을 찾지 못해 노는 돈이 있다면 잠시 놔두자. 분산투자는 금액뿐만 아니라 시간도 분산해야 한다.
- '아침엔 매도, 저녁엔 매수'가 공식이다. 아침저녁 삼십 분만 투자해서 주문 걸어놓고 신경 끄자. -정신없는 장이 싫다면 점심 한 시간만.- MTS 계속 쳐다본다고 수익 나면 우리나라에 재벌 안된 사람 없을 테다.
- 장기투자, 단기 투자가 더 낫다는 의견은 분분하지만 개인 성향의 영향이 크다. 나는 장기가 맞지 않아 그만뒀지만 장기투자에 성공해 책을 낸 사람도 많다. -물론 단기 투자자의 책도 있다-
1번에서 언급했지만 일반인이라면 주식만으로 먹고살만큼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다. -워런 버핏 수익률이 20%인 걸 기억합시다. 연봉만큼 벌려면 수억이 있어야 해요..- 경제에 대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뉴스를 챙겨 보며 조금씩 거래한다면 용돈 정도 벌 수 있는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