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생에서 최초 만남은 언제 이루어졌을까?
앞선 글 <몸은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서 우주, 세포, 생명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했다. 요약하면
생명의 나이는 세포(Cell)의 탄생으로 시작되었고, 생명현상은 세포의 작용이며 우리 몸(Body)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는 자발적인 진동(Vibration) 즉, 근원적(Myogenic) 움직임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포는 잘 짜인 조직(Tissue)을 이루면서 고유의 기능을 발휘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진핵 세포 하나는 근원적인 움직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움직임이 의식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세포(cell)는 인체의 기본 기능 단위로 인체를 건축하는 벽돌이라 할 수 있다. 온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나 난자와 정자 같이 홀로 일하는 세포도 있지만 대부분의 세포는 잘 짜인 조직(tissue)을 이룬다. 조직을 이루는 여러 세포들은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르지만, 서로 협력하여 그 조직에 고유한 기능을 하나 이상 수행하며 그 기능은 조직마다 다르다. 세포가 모여 탄생한 조직에는 상피조직, 근육조직, 신경조직, 결합조직 4가지가 있다.
세포는 매우 작아서 대표적인 세포의 지름은 약 0.01mm(10㎛)에 불과하다. 가장 큰 세포조차 우리 머리카락보다 굵지 않다. 세포는 또한 엄청나게 다재다능해서, 어떤 세포는 피부나 입안 점막같이 모여서 핀을 이루며, 어떤 세포는 지방세포나 근육세포처럼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세포는 놀라우리만큼 다양하지만 공통점도 많다.
세포의 공통적인 특징에는 세포막(cell membrane), 통제 사령부인 핵(nucleus), 작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사립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작은 세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물질대사(Metabolism)를 한다. 세포마다 영양소를 분해하여 새로운 단백질이나 핵산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이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세포는 다양한 – 음식으로 섭취해 분해된 영양소 – 연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연료는 포도당이다. 생산된 에너지는 아데노신삼인산(ATP) 형태로 저장된다.
에너지 생산과 ATP 생성은 – 근육 속에 가장 많은 – 미토콘드리아(Mitocondria)라는 세포 소기관에서 세포 호흡이라는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데,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있는 효소가 산소 및 포도당과 반응하여 ATP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물을 생산한다. ATP가 인산기 하나를 잃고 아데노신이인산(ADP)이 되면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렇게 작은 세포에서의 물질대사가 근육을 수축시켜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며, 소화도 시키면서 살아가게 한다.
수많은 세포로 구성된 사람의 몸속 세포 수는 어떻게 셀 수 있을까? 세포들을 이용해 인구조사를 할 수도 없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숫자를 세자니 신경세포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는 쉽지 않다. 거기다 세포를 1초마다 10개씩 센다 해도 전부 파악하는 데 무려 ‘1만 년’이나 걸릴지 모른다. 또 현미경으로 세포 수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몸을 조각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역시 생각해야 한다.
현재까지 사람 몸속 세포 수를 파악했던 방법은 <인체의 세포 수에 대한 평가, An Estimation of the Number of Cells in the Human Body>란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난 200년 동안의 과학저널과 책을 조사해, 사람 몸의 세포 수에 대한 많은 추정치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추정값은 50억(5*10^12)에서 무려 200경(2*10^20)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숫자를 제시한 과학자들도 그 값이 어떻게 산출했는지 근거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직접 세포의 수를 셀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추정할 수 있을까?
1) 무게: 한 세포의 평균 무게는 1ng(나노그램)이다. 한 성인 남자의 몸무게가 70kg이라고 하면 간단한 계산을 통해 약 70조(7*10^13)의 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2) 부피: 포유동물의 경우 1㎤에 40억(4*10^9) 개의 세포가 있다고 추정된다. 성인의 일반적인 부피를 근거로 약 15조(1.50*10^13)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보듯이 1) 무게와 2) 부피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70조 개, 15조 개처럼 전혀 다른 값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우리 몸은 단일한 방식으로 세포들이 채워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세포들은 몸속 부위마다 다른 크기를 가지며 각기 다른 밀도로 성장한다. 만약 이 밀도를 근거로 우리 몸의 세포 수를 추정한다면 아마도 724조 개라는 놀랄만한 값을 얻게 된다.
답은 ‘세포 종류의 수’를 말하는지, 종류와 상관없이 ‘세포 전체 수’를 의미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단지 사람의 무게와 부피를 재서 전체 세포 수를 계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인체에는 적어도 약 210가지 종류의 다른 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은 각각 이름이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종류만 열거해보면
각화 상피세포, 층화 된 장벽 상피세포, 외분비 상피세포, 호르몬 분비세포, 감각세포, 자율신경세포, 수정체세포, 색소세포, 생식세포….
약 210가지의 세포 이름을 나열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되는 세포 종류도 있다. 예를 들어 임파구에는 현재 10가지가 넘는 다른 종류의 세포가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 밖에도 인체에는 많은 수의 세균도 존재하는데 이들을 우리 몸의 일부로 계산해야 할까, 제외하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인간의 몸은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노후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간 자라다가 그 후로는 다시 줄어든다.
따라서 사람의 세포 수를 헤아린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달라져 더 복잡한 일이 된다. 물론 사람의 체형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나이를 포함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키가 180센티미터인 사람이 150센티미터인 사람보다 세포가 더 많을 것이며,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인 사람은 60킬로그램인 사람에 비해 세포 수가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복잡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면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모두 몇 개일까?’라는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사람의 세포 수는 10조에서 100조 개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엄청나게 큰 오차 범위이기는 하지만 대략 이 범위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조금 더 범위를 좁혀보자.
앞서 말했던 <인체의 세포 수에 대한 평가> 저자들은 사람 몸을 장기와 세포 종류별로 분류하고, 각 조직에 있는 세포들의 무게와 부피에 대한 정보가 있는 과학 서적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각 세포 종류별 세포의 총 수를 추정했다. 이 모든 숫자를 더해
37.2조 개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한 사람의 DNA 길이를 다 합치면 태양계의 지름과 비슷하다.
수정되는 순간 당신은 한 개의 세포로서 30분을 산 셈이 된다.
사람 세포 2,000개를 배열하면 2.5cm²의 면적이 된다.
– <내몸을 알고 싶다> 중에서
37.2조 개나 되는 세포 중 어떤 세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지만, 어떤 세포는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해로(偕老)한다. 약 1세기 전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세포는 태아기에 거의 발달이 완성되어 일생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다른 세포들의 나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입안 속면을 덮고 있는 세포는 이틀에 한번 꼴로 대체되지만,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 대부분은 출생 전부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성인 신체의 나이가 40세라고 했을 때 머리에서 발끝까지 각 신체 부위의 수명은 다음과 같다.
대뇌피질(회백질)의 뇌세포: 인간의 수명과 동일.
시각피질(뇌의 앞쪽에서 시각을 담당하기 위해 배열한 일군의 세포): 인간의 수명과 동일.
소뇌(뇌의 기저부에 위치) 세포: 40년보다 조금 짧다.
갈비뼈 사이의(늑간) 근육: 15.1년
장 점막세포: 5일
피부세포: 14일
적혈구: 120일
골세포: 10년
수정체, 심장, 간, 지방세포, 골수세포의 평균 수명은 정확히 알 수 없다.
– <내몸을 알고 싶다> 중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일생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 ‘100만 개 난모세포의 대표인 난자와 3억 개 가운데 승리한 정자의 만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자와 난자는 세포지만 ‘생식세포’라 불리는 특수한 세포로,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와는 다르다. 난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은 즉시 분열을 시작해 2개, 4개, 8개, 16개… 이런 식으로 2배로 분열하면서 자궁으로 보내진다. 앞선 글 <늙음은 운명인가? 예정된 노화를 대처하는 법>에서 영화 <서런 리치: 소멸에 땅> 대사를 인용했다.
“이건 세포예요. 모든 세포는 기존에 존재하는 세포에서 태어나죠. 즉, 모든 세포는 하나의 세포에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지구 상에 존재하던 단 하나의 유기체, 전 우주에서 하나뿐일 수도 있겠네요. 약 40억 년 전 그 하나는 둘이 되고, 둘은 넷이 되었죠. 8, 16, 32… 이렇게 쌍으로 분열되는 리듬이 모든 생물의 구조가 되었어요. 그렇게 식물, 해양 생물, 육상 생물이 탄생하고 인간이 탄생했죠. 이 구조가 모든 살아있는 존재이자, 언젠가는 죽는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거예요.”
–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생물학자 리나의 대사 중에서
임신 즉, 여성이 수정란을 체내에 보유하는 상태를 말하며, 수정에서 출생(분만)까지 약 38주(266일)가 걸린다. 그렇게 당신은 하나의 세포로 시작해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부터 성장하고, 발달하며, 병에 걸리기도 하고, 체력의 정점에 이르렀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치 예정된 것처럼 늙어가고 죽는다. 탄생은 소멸을 향해가고, 소멸은 다시 탄생으로 이어진다. 세포는 자연이 부여한 질서에 순응하며 생과 사를 당신과 함께 한다. 37조 개나 이르는 세포로 구성된 당신 몸은 우주이며 자연이다. 그러니 지구 위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성을 지닌 인간답게 우주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을 해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 푸샵 블로그
메인 이미지: The Cell Atlas
참고:<인체 완전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앨리스 로버츠 지음 | 박경한 & 권기호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2012)
참고:<내몸을 알고싶다> 스티븐 주안 지음 | 홍수정 옮김 | 청림출판(2011)
참고:<재미있는 우리 몸 이야기> 마츠무라 조지 지음 | 홍성민 옮김 | 최스미 감수 | 북스캔(2003)
참고: <How many cells are in your body?>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10.23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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