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이어트는 취미인가요?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모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다이어트 책 관련 서평 요청이 왔다. 단순한 책 리뷰가 아니어서 책을 읽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책을 받아보고 열흘 정도 틈나는 대로 읽어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서평을 할 수 없다는 것, 이었다. 여러 이유를 들어 서평 할 수 없음을 메일로 알렸더니 다행히, 너무 좋은 의견을 줘서 감사하다는 답 메일이 왔다. 몇 가지 이유 중 핵심적인 내용을 들자면 영양소 나열식 정보 전달의 식상함. 그리고 유행하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즉 저탄고지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탄수화물과 관련해 사실과 배치되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에 관해 저자의 철학이 단순히 살빼기용으로만 언급되는 것은 아쉽습니다. (...) 저자가 운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한 것은 어쩌면 운동이 다이어트에 대한 벌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 운동은 즐겁게 힘들지 않게 할 수 있고, 움직이는 동물인 사람은 자신이 지닌 회복력인 운동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 서평 거절에 대한 푸샵 메일 내용 중에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서평 부탁받은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이 간혹 보일 때가 있다. 어쨌든 세상에 태어난 책이니 마케팅 팀 입장에서는 열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인스타엔 식단, 다이어트 관련 피드가 꽤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 (19세기 프랑스 법률가, 식품 저술가, 미식가였던 <맛의 생리학>의 저자 장 알텔므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의 탄수화물 절감 식사법에서 유래한)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이런 다이어트법을 '저탄고지(LCHF)' 혹은 '케토(KETO) 다이어트'로 부른다. 관련 제품들도 꽤 많이 나와 있다. 다이어트가 취미가 되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효과가 있다면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해보는 사람들도 많다. 다이어트와 상관없이 자신의 식단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참 다양한 식단이 있다는 것에 놀랍다.
당신에게 다이어트는 취미인가요?
한때 스페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사법. MBC 스페셜 2016년 <지방의 누명>과 <지방의 누명, 그 후>이 논란 속에 전파를 탔다. 그리고 2019년 같은 제목으로 <2019 지방의 누명> 이 되었다. 그 외 다른 방송에서도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사법을 많이 다뤘다. 마치 혜성처럼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19세부터 시작되었으며 약간의 변형을 거쳐 앳킨스 다이어트로 거듭났다. 지금은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 방송을 타는 걸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다이어트도 패션처럼 유행한다는 것!
모든 세대는 지난 유행을 비웃는다.
그러나 새 유행은 종교처럼 따른다.
– H.D. 소로
수많은 다이어트법은 그렇게 돌고 돈다. 유행처럼. 그리고 의료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임상실험자가 된다. 푸샵은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 방식은 해보고 싶지는 않다. 식물성으로만 고지방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육류 식품 섭취나 유제품류의 섭취가 높아질수록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두드러기, 알레르기, 편도선염)으로 이론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케톤 다이어트의 대표적 부작용은 '케토 플루(keto flu)'라 불리는 증상인데, 체내에서 에너지원이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현기증이나 두통, 소화불량, 몸살, 설사 등이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경우는 결국 동물성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인한 암 발생률의 증가
당장은 체중이 줄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질지 모른다. 그러나 육류 위주의 고지방, 고단백 식사로 인해 단백질 섭취량이 늘어나면 단백뇨로 인해 콩팥 손상 같은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고단백 식단은 칼륨, 나트륨, 칼슘의 손실로 이어져 결국 골다공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 요산 또한 증가해 신장 결석을 유발하기도 한다. 방귀 냄새 또한 지독해진다. 무엇보다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미 2018년 연구 논문 중 <식이 탄수화물 섭취 및 사망률 : 전향적 코호트 연구 및 메타 분석>이 내린 결론은 "저탄수화물, 고탄수화물 모두 사망률을 높인다"였다. 가장 안전한 탄수화물의 비율은 50-55%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동물성 단백질 및 지방 공급원을 선호하는 저탄수화물식이 패턴은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반면, 통곡물, 견과류, 채소로 식물성 단백질 및 지방 섭취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리어 당뇨와 비만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한다.
이러한 건강상의 문제점과 더불어 비싸다는 것이다.
고지방(붉은 살코기, 버터, 식물성 오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할 경우, 식이섬유가 풍부한 탄수화물(현미, 고구마, 감자, 바나나 등)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앳킨스 다이어트가 황제 다이어트로 불린 이유는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고가의 다이어트 방식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혹은 매일 매 끼니 고지방·고단백 식품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황제 다이어트의 부활인 것이다. 대강 검색해봐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 소고기 1kg: 가격 5만 원~10만 원 선(부위별로 가격은 다름)
■ 현미 1kg: 가격 5천원~1만원
황제 다이어트, 저탄고지, 케토식과 같이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휩쓸리지 않고, 부작용을 겪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신선하고 좋은 식품 선택해 음식을 먹는다. 좋은 자재가 좋은 집을 만들 듯, 신선하고 좋은 식품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한다.
2.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좋은 재료라도 소화 흡수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소화제인 침이 잘 섞이도록 꼭꼭 씹어야 한다.
3. 과식하지 말라. 소화에도 에너지는 쓰인다. 과식해 그만큼 에너지를 쓰게 되면 위와 몸에게 부담이 된다.
4. 음식의 70%는 수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것을 먹어야 한다. 지구의 70%, 몸의 70%가 물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5.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것을 먹는다. 가공 식품이란 온갖 좋은 영양소를 다 빼내고, 다시 인공 첨가물을 넣는다. 결국 당신의 세포를 파괴한다.
6. 적당한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 다이어트만으로 건강과 체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운동은 호르몬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 다이어트를 건강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덧: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덥지만 마스크 착용 꼭 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푸샵이었습니다.┌(ㆀ_ _)┐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왜 모든 다이어트는 실패하는가?> 지나 콜라타 지음 |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2008)
참고: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우리가 잘못 알아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 제임스 콜만 지음 |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2008)
참고: <식이 탄수화물 섭취 및 사망률 : 전향적 코호트 연구 및 메타 분석, Dietary carbohydrate intake and mortality: a prospective cohort study and meta-analysis> 2018.8.16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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