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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Sep 19. 2021

쓰는생활

20210306

바짝 말라 할랑해진 화분을 살살 흔들어 본다. 가벼운 게 물 줄 때가 된 것 같다. 살짝 화분에 손가락을 찔러서 확인한다. 싱크대에 데려다 놓고 물을 졸졸 흘려보내 본다. 물은 브루잉 커피를 내리듯 일정하고 가는 물줄기로 주는 게 좋다. 하루 전날 받아놓은 물은 물조리개에 붙잡힌 채 수영장 냄새를 빼앗긴다. 어느덧 푹 젖어 물의 무게까지도 껴안은 흙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뿌리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다.

작은 물고기와 거북이도 좋아한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마트에 가면 거북이 코너에 몇 분 앉아있는 편이다. 새들에게도 눈길 주지 않고, 설치류 털복숭 친구들은 선유가 매번 보지 말자고 해서 보지 않고 지나간다. 22만 원 가격표를 유리창에 붙이고 엎드려 있는 친칠라를 보니 한기가 온몸으로 흘렀다. 어딘가 구멍이 난 기분이었다.

물에 사는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건 용궁 간다고 표현을 하던데. 아마 난 그 모습을 마주하면 발끝까지 오싹한 감정에 주저앉고야 말 거야. 구피의 수명이 2년이라는데. 납득은 가지만 하나의 수생태계를 꾸리는 게 아니라 각각의 친구들을 사랑하고야 말 나 자신을 알기에, 오늘도 진주린과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살짝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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