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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or YES? No!

by 라엘북스

걸그룹 트와이스가 부른 노래 중 'YES or YES'가 있다.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럼 이제 네 대답을 들을 차례

힘들면 보기를 줄게 넌 고르기만 해

고민할 필요도 없게 해줄게

뭘 고를지 몰라 준비해봤어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네 마음을 몰라 준비해봤어

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S?

싫어는 싫어 나 아니면 우리?

선택을 존중해 거절은 거절해"


가사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은 간절함이 배어있다.

"나는 이미 너를 좋아하고 있으니 너의 대답만 들으면 돼",

"너가 힘들까봐 보기를 줄테니, 고민할 필요없이 'YES or YES' 중에 골라."

와, 선택은 존중하지만, 거절은 거절하는 세심함도 보인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노랫말에서 'Yes or Yes'는 아름답다.

'얼마나 좋아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은연 중에 마음에 스며든다.


그런데 어째 나이를 먹어갈수록 Yes or Yes가 설레는 사랑 표현이 아니라 직장에서 더 많이 사용됨을 깨달아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진행한 설문조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직장인들이 꼽은 '직장 내 꼰대' 1위는 누구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인크루트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꼰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설문 결과, 직장인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응답한 것.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꼰대의 모습은 ‘“내 말대로 해” 답정너 스타일(23%)’을 1위로 꼽았다. 직장인들은 권위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꼰대라고 지칭한 것이다. (출처 : http://www.fnnews.com/news/201702221256033057)


일본 소설, <한자와 나오키2>에서 주인공 '한자와'의 친구인 '곤도'는 악덕 사장이 시키는 비리를 실행하며 삶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노다'에게 인생은 바꿀 수 있다고 소리친다.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지요. 지금 당신은 위축된 월급쟁이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 한심한 아저씨에 불과합니다. '노'에 비해 '예스'란 말은 몇 배나 간단하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월급쟁이가 '예스'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일은 무미건조해지는 겁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남에게 실행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만, '내'가 직접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삶의 무게가 지워진 이유가 줄줄이 따라나온다. "딸린 식구가 있어서, 내가 가진 힘이 너무 미미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그러나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책 <피로사회>에서 "오늘날의 폭력은 적대적인 이견에서보다는 순응적 합의에서 나온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주 구체적이고 작은 공간에서부터 우리의 사유와 몸을 잠식해가는 긍정의 헤게모니를 거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잃어버린 채, "까라면 까"에 순응하지 말자. 인생에서도 손절매는 필요한 법이니까. 인생은 한번 뿐이니 현명한 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부딪쳐보는 거다.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되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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