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으로 30여년 이상 검도를 열심히 수련 해오면서 승단 심사는 본국검법이 싫어서 일부러 안보고 잦은 해외출장 등 업무로 못보고 하면서 정말 승단 심사를 띄엄띄엄 봤었다.
모스크바 해외파견 당시 현지에서도 시간을 내서 검도를 수련하면서 그곳에서 어떤 계기를 통해 그간 내가 승단을 등한 시 한 것을 반성하고 그 후에는 승단심사를 일부러 피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쑥날쑥하고 잦은 해외 출장 등으로 4단 승단 후 5단은 8년만에.. 그것도 만료된 강습회를 추가로 몇번씩이나 더 받고 중앙심사를 보고 승단을 했다.
5단 승단 후 6단 승단은 과거와 같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위해 근래에 그렇게 신청 하기조차 어려운 중앙 강습회도 어찌어찌해서 4번을 다 채웠고 내년 상반기 6단 심사 응시를 앞두고 있다.
이런 저런 나의 뒤늦은 승단 심사 등 일련의 검도 수련과정을 거치며 '칭호 심사'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최근 몇년간의 검도에 대한 마음가짐과 그간 진지하게 수련한 것을 평가 할 겸 이번에 첫 응시를 한 것이다.
칭호심사 응시자격도 5단 이상이고 강습회를 4번 수료한 자 이기에 다행히 응시가 가능했다. 작년에 왼발바닥 파열과 얼마전 어깨 부상 등 몸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심사 응시는 가능할 수준으로 최대한 유지를 하고 준비했다.
연사 칭호심사 총 69명의 응시자들 중에 벌써 살아온 날이 꽤 되는지 나이순으로 배정되는 순서표에서 50번대의 번호를 받았다. 따라서 1번부터 응시자들의 심사를 차분히 앉아서 지켜보며 순서를 기다렸고 내 순서에 연격과 대련을 마쳤다.
1분30초라는 대련 시간에 응시자들의 공방 횟수를 유심히 세어보니 보통 10회 ~ 15회의 꽤 많은 칼들을 주고 받는 모습들 이었다. 이번 대련은 다른 심사때보다 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필기시험은 이번 중앙심사부터 바뀐 문제 유형으로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무난하게 작성을 하고 제일 먼저 답안지를 제출하고 귀가를 했었다.
심사를 본 느낌과 결과를 기다리며 복기를 해보니
(물론 내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니 심사위원의 관점과는 다를 수 있다).
ㅇ 연격은 칼을 크게 들어 칼끝 격자부위에 무게를 싣고 거리를 맞추어 타격하는 연격을 평상 시에도 하기에 최대한 평소 대로 연격을 하였다.
ㅇ 대련은 공방 내용들이 머리속에 기억이 날 정도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대련을 마쳤다. 대련 전에 미리 머리속으로 그려 보고 연습한 공방의 순서와 비슷하게 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ㅇ 심사 대련에 중요한 첫 머리치기도 상대가 뜨도록 압박 유도를 해서 상대가 뜰 때 머리치기를 정확히 성공 시켰고 1분30초 대련동안 서로 머리치기 시에 머리치기가 3차례 이상 들어갔다. 물론 내가 성공한 머리치기 외에 상대방과 2번정도의 상격머리도 있었다.
ㅇ 대련은 머리치기 중심 이었지만 몇개의 머리가 성공한 후 상대 쪽으로 압박으로 들어가서 머리뜨는 것을 유도해서 손목을 깨끗이 성공시켰다.
ㅇ 그리고 바른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허리치기는 나의 머리치기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깨끗이 맞고 나아갔다.
ㅇ 대련 중 기합은 크고 명확하게 했다.
ㅇ 필기시험을 보러 가니 나와 같이 대련을 한 상대방 분께서 덕담이겠지만 본인이 너무 머리를 많이 맞았다고 나한테 이야기를 하였다.
그간 연사 호칭심사의 합격율인 35% 수준이라면 약25명의 합격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내 스스로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더욱이 다른 응시자분들을 평가할 실력도 안되고, 호칭심사이던 승단심사이던 중앙심사에 첫번에 합격을 바라는 것은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날 심사를 마치고 나니 혹시나 35% 안에는 턱걸이라도 들수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했다.
하지만 발표된 결과는 '낙방' 이었다.
심사 후 연수원장의 강평에서 이번 호칭심사에 7, 8번 계속 낙방하는 사람들도 있고 응시자들 모두 연격 등 너무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질책을 했다.
7, 8번씩 떨어진 다는 호칭심사에 5단 나부랭이가 첫 응시를 하면서 합격을 기대한 것 자체가 욕심인가 라는 조금은 어불성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긴 내가 각종 시합에 참가도 안하고 더우기 대회에서 입상해서 눈도장 찍은 것도 아니고 각 시도의 대한검도회 관련 일을 하는 것도 아닌 5단 첫 응시자인데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결론은 뭐 내가 아직 '연사'라는 호칭을 받기엔 이래저래 부족한 것 이다.
반성 또 반성하고 내년 6단 심사준비에 정진해야겠다.
* 이번 제72회 전일본검도대회 직관을 다녀오면서 64명 출장선수들 프로필을 보니 5단 연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 일본도 저런데 겁 없이 감히 5단으로 연사 응시를 하고 그것도 심사응시에나 참가의의를 가져야지 첫 심사에서 합격을 바라는 것이 아주 교만하고 건방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