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범님은 똥 닦는 전문가래!"

초등생 케어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태권도 사교육

by 편은지 피디
출처: Pixabay

초등학교 귀가 시간에 교문 앞에 전국 어디든 무조건 꼭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태권도 승합차와 그 앞에서 도복을 입은 채 대기하는 사범님들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1시면 칼 같이 마치는 학교 덕(?)에 일하는 부모가 매일 자녀의 하교를 현실적으로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태권도장을 등록하고 그곳에서 일괄적으로 아이들을 도장까지 태워서 하교를 맡아주시는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하교를 책임져주심은 물론, 저학년의 구미에 맞게 피구, 에어바운스, 떡볶이 파티는 물론 주말이면 공원에서 잠자리 잡기에 영화 관람 이벤트까지 만들어주신다. 남편이 그거 다 하느라 정작 태권도 배울 시간이 오히려 없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할 정도다.


그렇게 도장에 다니고 있는 초1 아들이 어제 자기전에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엄마, 사범님은 똥 닦는 전문가래."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모르겠어서, "... 응? 사범님이 왜 그런 얘기를 하셨을까?" 하고 물었더니, "몰라, 그냥 사범님은 똥 닦아주는 전문가래. 사범님한테 맡기래."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의 한 마디로도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편식 탓에 변비도 심하고 뒤처리가 미숙한 아이라서 내가 없으면 불안한지 밖에선 대부분 용변을 꾹 참는 편이다. 4세 때부터 도장에 다녔기 때문에 사범님도 그런 아이의 상황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래서 아마 아이가 용변이 급해 보였을 때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너스레를 떠시며 아이한테 "이준아, 사범님은 똥 닦는 전문가야~ 엄청 잘해. 그니까 사범님한테 맡겨도 돼."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누군가는 교육자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당연하지 않다.

사범님은 실제로 아마 나보다 나이도 훨씬 어릴 테고 미혼이며, 아이 케어보다 친구랑 노는 게 더 익숙한 훈훈한 청년일 뿐이다.


그런 사범님이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아이들의 용변 케어까지 담당해 주는 것도 모자라 아이가 마음을 편히 먹게 저렇게 큰 마음을 써주셨다는 게 감사하고 민망하고 죄송했다.


한 편으로는 부모가 해야 할 마땅할 책임과 의무가 기형적인 사회의 시스템으로 인해 사교육과 태권도장으로 넘어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다. 돈(사교육비)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음을 불쑥불쑥 느낀다.


정작 사범님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다. 사범님을 매일 만나는 또 다른 나의 양육 도우미, 친정엄마에게 더운 날 땀 흘리며 운전까지 하는 사범님을 만나면 시원한 음료라도 꼭 자주 챙겨달라고 얘기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