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로 2학년이 된 아들.
태생적으로 낯가림이 없고 불안도가 없는 아이라서 그런지 적응을 꽤 잘하고 있다.
반면 불안도가 높은 학부모이자 자격지심 넘치는 워킹맘인 나는,
혹시 빠진 게 없나 하루에도 몇 번씩 하이클래스를 들여다보며 준비물을 체크한다.
그걸로도 미심쩍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바로 아이 책가방부터 열어서 알림장을 살펴본다.
개학 첫 날인 어제는 선생님 이름과 본인의 반 번호를 받아 적는 걸 연습했나 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우리 담임선생님 이름은 김호경입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내가 알림 앱에서 본 이름과는 다르다. ㅜㅜ
대충 듣고 받아 적은 것 같다.
다음은 중요한 반 번호,
“내 번호는 62번입니다.”라고 적혀있다.
62번?????!!!!
한숨이 나왔다. 또 잘못 받아 적었구먼.
한 반에 20명이 겨우 넘는데 62번이 뭐야, 62번이.
나 때도 한 반에 60명은 안넘었는데. 에휴.
아침에 62번이 뭐냐고 지적하니 아들이 화를 냈다.
“아니야! 진짜 62번이라니까~”라고 우겼지만 못 들은 척했다.
그렇다고 선생님한테 진짜 62번 맞냐고 메신저로 물으려니
괜히 안 그래도 바쁠 선생님을 성가시게 만드는 것 같아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개학 다음 날인 오늘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물에 적혀있는 아들의 반과 번호
“2-6 ㅇㅇㅇ 62번”
진짜 있었다. 62번이.
아이말이 맞았다. 아침에 억울해서 대들 만도 했겠구나 싶었다.
첫날부터 모든 정보를 다 틀리게 기억했구나 싶어서
내 맘대로 아이를 재단하려던 마음을 접기로 했다.
62번, 엄마가 미안해!
62번 내일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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