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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토에서 만납시다
09 한 여름 교토기행




한 여름 교토기행





현재 시간 밤 아홉 시,

만약 지금 교토에 도착을 한다면

개찰구를 빠져나와 기온시조에 있는

그랑벨 호텔로 택시를 타고 갈 것이다

체크인을 하고 여장을 푼 뒤 나가면

호텔 바로 옆 야키도리 가게로 갈 것이다

라스트 오더는 열 시.


자리에 앉아 삿포로 병맥주를 주문할 것이다

한잔 마시는 시간은 몇 초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츠쿠네는 두 개 시킬 것이다

허기만 달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갈 것이다

지하에 있는 목욕탕이 일품이니 거기로 갈 것이다


다음날, 호텔 조식은 뒤로 하고

발걸음을 나설 것이다 시조대교를 건너

가와라마치, 테라마치를 지나

이노다커피 산본점으로 갈 것이다


아이스커피와 햄샌드위치를 주문할 것이다

비워진 물잔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언제 비워졌냐는듯 이내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칠 것이다 담배를 필 것이다

두 대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그때까진 자리를 지킬 것이다


아마 시내 곳곳은 마츠리가 한창일 것이다

필시 40도에 육박할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과 교토시민들은 마츠리에

눈을 뗄 지 모를 것이다

인파를 가로질러 산조 가와라마치에서

버스를 탈 것이다


기타오지에서 내려 이치조지까지 걸어갈 것이다

이마에 맺힌 땀은 게이분샤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그곳에서 시간을 떼울 것이다

운이 좋으면 전시회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해볼 것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데마치야나기역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걸어 나미이타 앨리로 갈 것이다

매일 점심이 달라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스리랑카식 커리가 나오면 좋을 것이다


커리와 맥주의 조합은 옳을 것이다

취기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뙤양볕은

알코올도 마르게 할 것이다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와가와를 따라 산조로 걸어갈 것이다

덥지만 또한 시원할 것이다


산조 가와라마치의 꽃집에 들릴 것이다

해바라기 한송이면 족할 것이다

그걸 집어들고 바로 옆 로쿠요샤로 갈 것이다

역시 커피는 아이스. 운이 좋으면

갓 튀긴 도너츠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게이분샤에서 산 책을 읽을 것이다

타마키 코지의 노래가 나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당신이 그 시간에 맞춰 온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들어올 것이다

나는 한송이 해바라기를 당신에게 줄 것이다

조금 늦어 미안한 표정의 당신은

그걸 받아들고 웃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허기지다며 도너츠를

먹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그런 나를 바라볼 것이다


당신과 나는 교토의 밤을 보낼 것이다


교토, 교토역에 들어서는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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