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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밍걍 Sep 02. 2022

산 지 1년 된 셀린느 가방을 팔았다.

김밍걍


산 지 1년 되었던 나의 첫 명품백, 셀린느 벨트백.

가방을 들고 다닌 지 1년 만에, 나는 가방을 팔기로 결심했다.


명품백이란, 나에게는 보상의 의미가 큰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4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주는 보상의 의미로 선물해주었던 셀린느 벨트백.

평소에 가방에 관심이 많아 이 브랜드의 가방 디자인은 어떻고, 또 질감은 어떤지 비교하며 둘러보기를 좋아했고, 명품백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때는 내가 취업준비생이었던 2018년 여름, 나는 공기업 필기시험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였다.

필기시험을 치른 후 기차 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 여유가 있었던 난, 모 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였더랬다. 그러다가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갔는데, 어떤 예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언니(당시 난 21살이었으니 어림잡아 '언니'로 호칭을 정해 본다.)가 생 로랑 가방을 멘 채 손을 씻는 것이 아닌가.


그때, 처음으로 명품백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나도 취업하면 꼭 모은 돈으로 명품 가방 하나 장만해야지.'라는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는 생활에 접어들었고, 그 해 공공기관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입사라는 꿈은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가방을 장만할 차례.

명품백은 가격이 만만찮으니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고민하는 새 200만 원 초반 대였던 셀린느 벨트백은 285만 원까지 가격이 인상되어 있었다.

'이제 안 되겠다.'라고 결단을 내린 채, 나는 친구와 함께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을 들렀고, 딱 하나 재고가 있던 셀린느 매장의 '벨트백' 나노 사이즈를 구입했다.


당시 셀린느 매장을 방문하여 가방을 사고 난 직후, 설레는 마음으로 인증샷을 찍었던 24살의 필자.


가방을 사고 나서 얼마나 신이 났던 지, 회사로 가서 친한 동료 분들에게 보여주는 등 자랑을 하기도 하고, 언제 어딜 가던 셀린느 벨트백은 내 어깨에 맨 채 함께 대동했었다.

그랬던 셀린느 벨트백을 1년 만에 팔기로 결정했으니, 여기까지 읽은 독자 분들은 조금 의아할 것이다.


내가 가방을 팔아야겠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매한 돈에 비해 크게 티가 나지 않는 로고 크기와 가방 디자인. 솔직히 명품에 관심이 없다면 10에 6-7명은 몰라보는 것이 내 가방이었다. 로고 플레이를 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 돈 내고 산 김에 조금은 티가 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아서 좀 아쉬움이 있었다.

2. 로고가 가방 하단에 표기되어있는데 금장으로 그려져 있어 지워진다면 AS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신경 쓰였다. 계속 쓰다 보면 계속 지워지겠던데, 아예 지워지지가 않는 각인 형태면 더 좋았지 싶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두 가지 이유는 곧 남들에게 내 가방이 잘 보였으면 하는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시욕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과시욕
: 자랑하거나 뽐내어 보이고 싶은 욕심.
 (ex. 미술품 소장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서, 일종의 사치나 과시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지하철에서 통근을 할 때면 남들에게 내 가방이 잘 보이게끔 가방을 고쳐매며 지하철을 타곤 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최대한 가방이 비에 젖지 않게 하려고 직장동료와 걸어가면서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내 집중의 대상은 온통 가방이었다.

그러면서도 로고가 크게 각인되어 있지 않아 남들이 명품백임을 잘 몰라보는 상황에 속상해하곤 하였다.


이게 가방의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남들에게 '보이는' 삶보다 내가 내 삶의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중심으로 살기 위해 택한 미니멀 라이프 생활인데, 그 취지에도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가방의 주인이 내가 아니고, 가방이 온전히 주인이 된 것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물건을 사고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큰 기쁨을 가지는 행복한 맥시멀 리스트 분들도 많이 보았다.

질이 좋은 물건을 오래 쓰자는 취지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구입하고 오래 쓰는 미니멀리스트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달리, 가방을 보상 차원에서 구입한 후, 만족하며 간수하고 다니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즐기지 못하였다.

3년간 바라왔던 가방을 내 품으로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방이 남들 눈에 티가 나지 않는 명품백이란 이유로 불평하다니 말이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자, 가방을 팔기로 결심하였다.


결심한 이후 절차는 순조로웠다.

트렌*, 중고명품다*, 엑스클로* 등 온오프라인 업체 3-4곳을 찾은 후 가격 견적을 의뢰하였고, 그중 가장 높게 가격을 불러준 곳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


물건을 보낸 후 2-3주의 소요기간을 거쳐 1,656,000원이라는 숫자의 금액이 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구매했을 때 당시 할인을 받아 최종 구매했던 가격은 2,607,500원.

951,500원이라는 차액을 내 1년 동안 가방을 멘 대가라고 셈을 친 채,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생각보다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이런 과시욕과 욕심을 버리기 위해, 앞으로도 미니멀 라이프 생활을 자알- 해보자라고 스스로에게 격려해주었다.




요즘의 나는, 일본의 디자이너 가방을 메고 있다.

'미나 페르호넨'의 브랜드 가방.

약 143,000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수납도 요긴하고 구겨져도 금방 필 수 있는 천 소재라 무척 마음에 든다. 색감도 쨍한 빨간색에 귀여운 디자인이라 들고 다니노라면 일본 만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가방을 만든 브랜드의 창업자인 '미나가와 아키라'의 저서,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를 보면서 조금 더 가방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이건 어디 원산지의 음식으로 만든 음식이고 어떻게 해서 먹으면 맛있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음식을 음미하면 더 맛있게 느껴진 적이 있지 않은가,

그처럼 가방 또한, 내가 소비하고 있는 가방이 어떤 사람에게 만들어졌고 그 과정을 알게 되면, 남들에게 보이는 '과시욕'에서 벗어나 가방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나만의 만족을 채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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