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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Apr 22. 2021

동생과 시클라멘

시클라멘은 꽃도 예쁘지만, 꽃대가 반듯하다. 그래서 좋아하는 꽃이다. 

 아침에 저면관수로 물 주기를 했다. 

 베란다를 심심하지 않게 하는 작은 시클라멘 화분 하나.


 2월 중순부터 내내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여느 화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자리 차지하고 봄을 나고 있다.


 지난 장날 모처럼 날씨가 풀려 바람도 쐴 겸 장 구경에 나섰다. 정월 대보름을 며칠 앞둔 장날이어서 그런지 주변 도로는 줄지어 선 차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데,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 확 풀린 날씨로 여기저기 덥네! 더워하며 옷소매를 걷어붙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직 코로나 속인 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봄볕 찾아 모여드는 병아리처럼 꾸역꾸역 장터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 모습이 애틋하고 정겹고 경건하게까지 느껴졌다. 얼마나 긴 시간을 코로나에 갇혀 있었는가 말이다. 저 자신에게 뭔가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사람이 있고, 따뜻한 볕이 있고, 사람 냄새가 있는 장을 향해 길을 나선 것은 아닌가? 혼자 추측해보기도 했다.


 춥고 삭막했던 겨울을 통과하는 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사람들은 딱히 갈 곳이 없어 집 근처 시골장 나들이 나선 길인지도 모르니까.


 유난히 꽃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꽃을 들었다 놓았다 흥정하고, 가격 묻고, 꽃 이름과 식물 이름을 물었다.   


 저마다 한두 개씩 화분을 들고 즐거운 표정을 하고 나머지 장 구경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데 화분을 든 그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즐겁다.


 “언니, 내가 주는 봄 선물이야!.”

같이 간 동생이 불쑥 시클라멘 화분 하나를 내밀었다. 


 사실 나는 동생한테 사주려고 ‘칼랑코에’를 찾던 중이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시클라멘, 두 달이 넘도록 지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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