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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Apr 30. 2021

기다림으로 기울다


워터 코인은 수생식물이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다. 동글동글한 잎이 동전처럼 생겨 물 동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체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중 하나다. 


 어릴 적 많이 본 개구리밥이나 부레옥잠, 물 양귀비, 자라 밥처럼 물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 공기 정화 식물로도 그만이다.


 워터 코인은 기다림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식물이다. 길고 가느다란 줄기가 빛과 햇살을 향해 일제히 기울인 모습에 나도 같이 기울 듯 퍽 간절한 몸짓이다.


 해 기우는 저녁 창밖을 향해 허리를 지그시 굽히며 워터 코인의 기다림은 시작된다. 어쩌면 아침부터 시작된 기다림일지 모른다. 어둠이 꽉 들어차 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기다림에 함께 몸을 기울이기도 한다. 기다림은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다.


 엄마는 가끔 창밖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며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숨을 들이마시곤 했다. 지아비를 잃은 엄마가 살던 집을 비우고 큰딸 집에 와 머물 때의 일이다. 15층인 집에서는 눈 내리는 풍경, 바람 부는 기척, 푸진 햇살을 고스란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 살 궁리하지 뭐.”


 엄마 나이 86세. 엄마가 살아온 상식으로는 당신이 이렇게 사위 집에 와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당시 상황은 이곳 우리 집밖에 없었다. 엄마는 막연하게 당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나이 들고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는 일이 얼마나 막막하고 불안한 일인지 나는 다 알기나 했을까? 


 워터 코인의 가느다란 줄기가 몸을 잔뜩 기울여 밖을 향하고 있으면 호기심 많은 아이가 꼭 엄마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간절한 그 모습이 허리라도 꺾일 것 같아 눈 시리다. 엄마 생각에 목이 멘다.  


 괜히 워터 코인 긴 줄기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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