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시들지만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by 꿈 혹은 현실


29번째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맞아

본가에 갔다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매번 화분을 사가곤 하였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예쁜 꽃다발을 드리고 싶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꽃다발에

부모님은 너무도 기뻐하셨다


두 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자 했으나

예쁜 꽃에 비해 외모가 볼품없다며 이내 거절하셨다


하지만 계속된 설득에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고


하얀 벽면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찍는 사진에

멋쩍어 하셨지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환하게 웃으시는 걸 보며

내 입가에도 미소가 띠어졌다


매번 내가 화분을 샀던 이유는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꽃다발은 하루만 지나도

시들어 그 생기를 잃기에

가격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늘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꽃은 금방 생명을 다하지만

잠시나마 두 분이 느낀 행복과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은


평생 곁에 남아

그들을 웃음 짓게 하지 않을까


팍팍한 삶 속에서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다는 건

돈으로도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는 꽃다발을 더 자주 드려야겠다

집에도 더 자주 가야겠다


그리고 부모님께 미처 못 드린 한마디.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은 꽃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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