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탐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정의하고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 이 질문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며 그 답을 찾는 과정 또한 계속될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러 저명한 철학자들이 사랑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사랑은 본질적으로 욕망에서 비롯되고 욕망은 다시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사랑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자 노력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욕망 없는 사랑도 가능하다’고 말하며 욕망과 사랑을 별개의 것으로 보았다. 이후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랑은 육체적인 것’이라고 정의하며 고결한 정신적 사랑도 결국엔 육체적 사랑을 목표로 하고, 이는 종족 유지라는 본능적인 요소와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20세기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보았으며 ‘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은 시대와 학자들에 따라서 정의가 대립되거나 확장되었으며, 이는 사랑이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관념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모니아 초크리 감독의 영화 ‘사랑의 탐구’는 앞서 언급했던 철학자들의 주장과 더불어 철학 강사 ‘소피아’가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플라토닉한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의 대립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소피아에게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해온 연인 ‘자비에’가 있다. 이들은 대화가 잘 통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각방을 쓰며 어떤 설렘과 자극도 없는 연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별장 수리를 위해 온 인테리어 시공업자 ‘실뱅’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소피아를 사로잡고, 그녀 또한 자신과 정반대인 그의 매력에 빠르게 스며든다. 소피아는 실뱅에게서 육체적 만족감을 느끼지만 사용하는 언어도, 자라온 방식도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서적인 교류가 잘 되지만 육체적 만족은 없는 연인 ‘자비에’, 육체적 만족은 넘치지만 정서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실뱅’, 그 사이에 선 소피아는 갈등에 빠진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을 남길 정도로 영화 ‘사랑의 탐구’는 높은 완성도와 스토리,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주인공 소피아의 상황에 빠져들어 같은 고민과 갈등을 하고, 사랑의 본질이 무엇일지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사랑이란 추상적인 관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시대를 불문하고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시도되었다. 예술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분야다.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랑을 잘 아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예술은 사랑을 알아가고자 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사랑의 탐구’도 동일하다.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영화는 때론 해학적으로, 때론 철학적으로 사랑을 탐구한다. 주인공의 딜레마처럼 사랑은 플라토닉한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 이렇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무언가지만,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지점을 잘 다뤄냈다는 점에서 공감과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사랑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자 추구되어야 할 이상이다. 또한 삶의 열정을 심어주고 삶을 지속시킨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보편적이면서도 불가결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탐구하는 것은 과거의 철학자, 영화 속 소피아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에게도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