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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을 Dec 25. 2023

25살에 부자로 사는 삶

외국이라 가능했을까



때는 바야흐로 한달 전. 

나는 내 생일을 맞아 런던에 여행을 갔었다. 이상하게 무언가 정말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어를 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과 깊이 대화하고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다.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서 부터 파리의 중학생들을 만나 따뜻한 대화,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여행 시작부터 두근거렸다. 


이 맛에 불어를 배우는구나.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한 남성과 30분 넘게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영어를 사용하는것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대화는 정치와 돈 얘기로 까지 이어졌다. 아티스트로 돈을 벌 수 있는 법을 설명하며 영국에서의 값비싼 세금을 피하는 팁들 까지 전수 해주셨다. 절대 직장인의 신분으로 부자가 될수는 없다고 자기의 회사를 작게라도 차려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해야 된다고 강조하셨다. 


런던에 처음 도착해서 맨날 인터넷으로만 듣던 런던 악센트가 사방에서 들려오니 해리포터의 세상에 온 듯 했다. 어렸을 때 필리핀에서 산 경험으로 미국식 발음이 편했는데 불어를 배운 이후부터는 영국식 발음이 발음하기에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억양도 그렇고. 


그렇게 진짜 런던을 피부로 겪어보니 런던에 살고 싶고 런던 억양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To-do list 를 하나 또 채웠다. 혼자 간 여행인 만큼 자유로웠다. 하루는 유랑에서 런던 교환학생 친구를 만났고 무언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런던을 떠나기 마지막날 한인 민박으로 짐을 옮기고 소호에 다시 가기 위해 숙소를 떠났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정장을 입으시고 연세가 많으신 백발의 할아버지 셨다.

할아버지는 정류장의자에 앉아계셨는데 가운데에 있는 밀카초콜릿 박스를 가리키며 "Do you want to take this chocolate?" 이라고 물으셨다. 


그때 마침 버스가 왔고 난 0.5초 고민을 하다가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결정하고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그 전부터 버스 정류장에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이 초콜릿 박스를 원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며 여기에 놓아두고 가셨다고 한다. 반신반의한 눈빛으로 새거인지 살폈는데 완벽한 새거였고 난 포장을 뜯어 딱 한개를 먹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건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방금 우리가 나눈 '포레스트의 검프' 영화 처럼 너에게 주는 초콜릿 박스이니 전체를 가져가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많다고, 나도 다음 사람을 위해 놓고 가겠다고 거절했지만 할아버지는 그러면 지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한번 권유를 해보자고 하셨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권했다. 물론 다 거절했지만 너무 친절하고 고맙다며 웃어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똑같이 무언가를 권유하지만 누군가는 기쁘게 받고 누군가는 거절한다. 신기하지 않아?' 왜 이 말이 신의 말 처럼 느껴졌을까, 마치 기회는 도처에 깔려있지만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라는 말로 다가왔다. 마침 그 즈음에 도깨비의 한 장면인 ' 누구에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들이 있다. '를 본 터라 이 순간이 위험하거나 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고맙다며 곧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일어났는데 할아버지는 끝까지 이곳에 초콜릿을 다시 놓고가는 것 보다 너가 직접 가져가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렴 이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고 버스를 탔다.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부자마인드' 라는게 나온다. 또 인터넷에는 부자가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이미 그들은 가진게 많아 여유롭고 쪼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번이 딱 그랬다. 적당한 부자가 아닌 정말 찐 부자의 태도로 사람들을 만났다. 상점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더 반갑게 대화를 하게 되었고 내가 가진 이 초콜릿들을 나눠주고자 사람들에게 더 다가갔다. 나에겐 초콜릿들이 내 필요이상으로 많았기에 원하는 사람을 만나 주고 싶었다. 


그렇게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소호 거리를 돌아다니는 내 모습에 너무 행복했다. 그런 내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게 느껴졌다. 그런 에너지는 뿜어져 나오는지 거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나면 나에게 참 좋은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을 해주셨다. 


돈을 구걸하는 사람이 다가왔을 때도 내가 줄건 없고 이 초콜릿박스를 다 줄수 있다고 말을 했다. 여자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드셨다. 여기서 또 느낀건, 초콜릿 박스 전체를 줘도 그것에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거다. 


나는 마지막으로 어제 들렸던 서점에 갔다. 읽어야 할 책을 읽고 관심이 갔던 서점 직원과 스몰토크를 한 후 초콜릿을 권했다. 그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미안하다며 다이어트 중이라 초콜릿을 못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초콜릿 대신에 번호를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런던에서의 마법 같은 일은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날의 데이트까지 이어졌고 그 초콜릿 박스는 한인민박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 끝이 났다. 


왜 부자들이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뽑을 때, 'Be gentle, Be nice' 라고 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엔 실력자는 정말 많다. 그치만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행운을 만들기 위해 계속 시도해야 한다. 친절은 위선이 아니다. 친절은 사람간의 매너이고 닫힌 마음까지 열게 할 수 있는 따뜻함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크리스마스 선물 카드를 만드는 김에 내 주변 사람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어 35장을 뽑았다. 내가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그 기쁨은 역시나 황홀했다. 덕분에 또 새로운 인연들이 생겼고 우연히 집 앞 마당에서 처음 만난 이웃에게도 나눠주자 그 작은 카드는 아주 큰 선물로 돌아왔다.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계셨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는 강아지 덕분에 대화를 꽤 오래할 수 있었다. 그때 나에게는 마침 포장까지 된 많은 카드들이 있었고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잠깐만요, 드릴게 있어요 :) ' 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너무 좋아하시면서 크리스마스에 혼자 있다면 저녁식사를 하러 오라고 초대 해주셨다. 


나에게 선뜻 크리스마스 이브나 당일에 오라고 해주셨고 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선택했다. 가족식사에 초대되어 난 찐 프랑스인들의 크리스마스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샴페인과 와인들 그리고 전식부터 후식까지. 순서대로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들에 프랑스 문화 체험을 하는 듯 했다. 식당이 아닌 누군가의 가족 식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챙겨주시고 나의 작은 친절이 이렇게 큰 선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에 참 감동이었다. 




다가오는 2024년에도 많이 나누고 더욱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다. 





친절은 약자의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부자는 친절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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