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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Oct 16. 2023

생생한 금강산 여행 체험기 10

상팔담, 만물상

< 금강산 관광 10월 12일 오후

- 상팔담, 만물상 >


금강산 최고의 절경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구룡폭포 위에 있는 상팔담이라고 말할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감탄을 연발하며 구룡연계곡을 걸어 올라가면 금강산의 최고명폭인 구룡폭포가 나오고, 그곳에서 30분을 더 올라가면 상팔담이 나오는데 상팔담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그야말로 절경중의 절경이다.


"말과 노래가 끊어진 곳에 금강산이 솟았다"는 의미를 상팔담에 올라 금강산을 내려다 보면 알수있다. 그 황홀한 광경은 'Out of this world'의 모습같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애머랄드빛 여덟개의 담소가 화강암 바위 웅덩이에서 금발미녀의 푸른눈처럼 빛나고, 깎아지른 바위들과 사이 사이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들은 화려하게 치장한 미인의 모습 같다.


우리를 안내한 금강산 해설원이 상팔담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고 팔담가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데 그 노래가 풍경과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서 나뭇가지에 날개옷을 걸어두고 목욕을 하였다는 전설이 왜 이곳에서 생겼났는지 상팔담에서 담소를 내려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상팔담에서 30분 넘게 우리 일행 4명만이 오로지 이 경치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한의 금강산 관광이 금지되었고 북한 경제제재로 일반 관광객들이 아주 소수만 금강산을 찾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남한의 금강산 관광이 다시 재개 될지 모르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이번 나의 여행처럼 특별 대우를 받으면서 여유롭게 금강산을 감상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번 조우한 금강산은 오랫동안 신비속에 살던 전설속 미인을 비밀리에 만난 느낌이었다.


상팔담을 올라가는 30분 거리의 길은 좀 가파른 계단을 여러번 올라가야 해서 조금 힘들 수있지만, 해설원이 말하길 이전에 70대 할머니도 올라왔다하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금강산에 가면 꼭 상팔담까지 올라가보길 바란다.


상팔담에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 해설원에게 북한 노래를 하나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러준다. 단순한 멜로디지만 강렬한 가사의 내용이 좋아 산을 내려오면서 계속 따라 배웠었다. 그리고 호주에 돌아와서도 혼자 산책하면서 또는 운전하면서 계속 불렀는데 지난 주 문득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있을때 이 노래가 흘러나와 무척 반가웠다.


"인생에 길에 상봉과 리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속에 남는 이 있네. 아 아 그런사람 나는 못잊어.

오랜세월은 함께 있어도 기억속에 없는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속에 남는 이 있네. 아 아 그런사람 나는 귀중해."


구룡연 입구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목란관 식당에 이르러 늦은 점심을 하기로 했다. 목란관의 별식인 뜨거운 돌에 구워먹는 양념 돼지세겹살과 도토리묵, 금강산 송이구이등을 대동강 맥주와 함께 주문하여 먹고 바로 다음 코스인 금강산 만물상코스로 향했다. 만물상 계곡의 풍경은 구룡연과는 달랐다. 구룡연이 아름다운 여인의 풍경이라면 만물상은 우람하고 강인한 남성의 풍경이었다. 만물상의 최고봉은 천선대인데 왕복 4시간 거리라 시간이 부족해서 만물상의 70프로를 볼수있다는 귀면암까지만 가기로 했다. 만물상 입구에는 장군바위가 지키고 있었고 신선 세명이 바위가 되었다는 삼선암이 기품있게 서있었다. 마지막으로 귀신의 얼굴 모양을 하고있다해서 이름붙여진 귀면암을 본 후, 천선대 정상까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만물상을 내려와 금강산 안내소에서 해설원과 헤어지면서 내년에 꼭 다시와서 만물상 정상까지 가 보겠노라고 약속했었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오고 우리는 오늘밤 숙소인 원산 동명려관을 향해 서둘러 출발했다.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는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떠나오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만물상을 제대로 다 보지 못한것과 금강산 온천에 가보지 못한것이 특히 아쉬웠다. 봄에 다시올때는 금강산 일정을 여유있게 잡아 충분히 즐길수 있도록 해야겠다. 어느덧 어둠이 금강산에 내려 앉았고 원산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가로등도 없는데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북녘동포들은 줄지어 길가를 걷고 있었다.


상팔담
상팔담에서
귀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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