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의 가장 평화로운 하루의 조각들

골드코스트에서 로리킷에게 마음을 털렸다

by 워케이셔너

골드코스트의 바다는 사진보다 더 파랗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햇빛은 선명했고, 바람은 가벼웠다.

전망 층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특별한 계획 없이도 충분히 여행 중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필요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먹는 고기는 이상하게 더 맛있다.

그날의 공기까지 같이 구워지는 것처럼.

허리케인스 그릴에서 먹은 따뜻한 립은 단순한 한 끼 이상의 기억으로 남았다.

가족들과 마주 앉아 웃고,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탬보린 마운틴에서는 조금 다른 세계를 만났다.

알록달록한 새들이 사육사의 머리와 손 위에 내려앉는 순간,

나는 여행자가 아니라 이곳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무지개 빛깔 호주 출신 새인 레인보우 로리킷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시에서의 나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자연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브리즈번은 조용해서 좋았다.

여행지인데도, 사람 사는 곳처럼 느껴지는 도시였다.

마운트 쿠샤 전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봤다.

쿠샤는 원주민 언어로 꿀 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옛날엔 야생 꿀을 많이 채집했다고.

미세먼지 하나 없이 탁 트인 경치를 보면서..

‘여기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아니 오래오래..

론파인에서는 코알라를 만났다.

생각보다 더 느리고, 더 조용했다.

그 느림이 이상하게 부러웠다.

코알라 뿐만 아니라 칠면조, 캥거루와 뱀, 그 모든 동물 친구들이 그냥 내 눈앞에 있었다. 철조망 없는 그 거침없던 환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전시를 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더 오래 머물렀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건,

어른이 잠깐 아이처럼 시간을 보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50센트짜리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가장 값싼 방법으로 가장 좋은 풍경을 봤다.


강 위를 지나며 바라본 사우스 뱅크와 도시는

걷거나 차를 타고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티 보타닉 가든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걷고, 앉아 있고, 다시 걸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시간이

여행이 끝난 뒤 가장 또렷하게 떠오른다.

숙소로 돌아와 연어를 구웠다.

밖에서 먹는 음식도 좋았지만,

그날 저녁의 연어 한 접시는 이상하게 더 오래 남았다.


아침에는 그릭요거트에 아보카도와 베리를 얹어 먹었다.

거창하지 않은 식사였지만,

그게 오히려 이 여행의 온도에 더 잘 어울렸다.


여행은 특별한 곳에 가는 일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이라는 걸


그때, 조금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