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I realized I'm a goat of sheep's flock*

by 서리달

해야만 하는 일의 우선과 나중을 따지는 사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나하나가 이토록 멀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는 변명을 황급히 마련하려 했는데_ 수시로 남용해 왔던 탓에 재고가 남아있지 않더라고.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의 우선과 나중을 따지는 것에 급급해, 잘 붙잡아두어야만 했던 하나하나에 소홀했던 내 탓이라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썩 유쾌한 기분이라고는 못하겠지. 세상에 놓인 것들의 기본은 돌봄보다는 배척이라는 사실을 깨단했으면서도, 그만큼 능숙하게 처세를 다듬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던 하나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무것도 붙잡아두지 못하는 두 손을 노려보면 불쾌하기만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견뎌내는 일상이란 언제나 그런 일상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의 우선과 나중을 따지느라 바쁜 일상이었다. 이어서 우선이었던 건 나를 살게 하는 일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웬만한 건 나중으로 여겨졌으며, 나중이라는 그늘 아래 놓이는 것들에는 사람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지.


제아무리 각별하더라도 나보다

각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때 친밀했던 누군가는, 너는 사랑을 모르고 살아서 그렇다는 말을 내게 덧붙여줬는데_ 마음 서운해지는 그 말에 일부 수긍하는 반면에 적어도 나는: 사람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을 생각만 했었지. 그 자리에서 조목조목 반박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지 않았다. 이럭저럭 친밀했지만 우선으로 여길 수 없는 사람이었고, 우선으로 정해둔 일부터 해야만 했으니까. 다르게 살아온 탓에 문법이 다른 언어에 이해를 요구할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그때 서운했던 마음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는지 되짚으면 글쎄, 아주 나아졌다고는 못하겠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찰나라고 변명해야겠지.


하여튼 해야만 하는 일의 우선과 나중을 따지는 사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나하나가 이토록 멀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는 변명을 황급히 마련하려 했는데_ 수시로 남용해 왔던 탓에 재고가 남아있지 않더라고.


그러니까 썩 유쾌한 기분일 수 없거니와, 하나씩 하나씩 소거되는 장면마다 불쾌한 기분만 들 뿐이지. 세상에 놓인 것들의 기본은 돌봄보다는 배척이라는 사실을 깨단했으면서도, 그만큼 능숙하게 처세를 다듬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던 하나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무것도 붙잡아두지 못했던 두 손을 노려보면 불쾌하기만 했다.






어차피 달라질 수 없는 결말이었다면서

웃어 넘기기로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서리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소외로운 사랑으로 서툴게나마 오지 않을 당신의 부재를 채워봤다.

6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