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의 끝이 뾰족해지는 지금.
멀리 돌아가는 꿈에서 깬 아침은 흐렸다. 창문 밖의 흐린 하늘을 흘겨보면서 조금 더 멋진 말, 이를테면 ‘여명’ 같은 단어로 수식해보고 싶었는데_ 단어에서 풍겨 나오는 웅장한 느낌이라든지, 희망 따위는 손톱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아침이었지.
하여튼 간에 멀리 돌아가는 꿈을 꿨다. 어디를 목적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멀리, 멀리 돌아가다가 맴돌다가 돌아가는 꿈이었다.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니고 딱히 나쁘지도 않은 장면에서 한참을 헤맸지. 시작의 징표로 알맞다고는 못할 흐린 아침 같은 꿈에서 깨어, 아직도 저릿저릿한 오른손으로 불붙여보는 첫 번째 담배.
잠에서 깨자마자 담배를 피우면 더 해롭다는 목소리가 문득 떠올랐는데_ 목소리의 출처가 불분명해서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 이럭저럭 친밀했던 사람이었을진대 얼굴과 이름이 곧장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의미가 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사람인 것 같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저린 손을 몇 번인가 쥐락펴락해 보다가 불 붙인 첫 번째 담배. 따갑게 들어오는 한 모금이 혀를 긁고 입천장을 긁고, 목을 긁고 깊숙이 들어가 빙빙 맴돌다가 도로 나온다.
허공에서 맴도는 잿빛이 오늘의 하늘을 닮아있어서, 아주 잠시나마 가뭇없이 웃어볼 수 있었다. 썩 좋은 기분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웃음으로 시작하는 오늘이 됐으니 다행인 걸까. 창문 밖의 흐린 아침을 흘겨보면서 괜히 어젯밤의 꿈을 되짚어봤다.
어디를 목적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멀리, 멀리 돌아가다가 맴돌다가 다시 돌아가는 꿈이었지.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니고 딱히 나쁘지도 않은 장면에서 한참을 헤맸다. 힘들다거나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뭐라고 할까, 썩 좋은 기분으로 돌고 도는 것도 아니라서 난해한 찰나를 걸었다. 오른손이 아직도 저릿저릿하다.
왼손은 비교적 멀쩡하지만 뻣뻣하게 굳어있는 마디와 마디가 거슬린다. 시작의 징표로 알맞다고는 못할 흐린 아침이 조금 더 밝아졌다. 해는 보이질 않는다. 창문 밖의 흐린 하늘을 흘겨보면서 조금 더 멋진 말, 이를테면 ‘여명’ 같은 단어로 수식해보고 싶었는데_ 단어에서 풍겨 나오는 웅장한 느낌이라든지, 희망 따위는 손톱만치도 느껴지지 않는 아침이라서 관뒀다.
안녕치 못했던 어제들을 두고서
긴 꿈이래도 괜찮고,
차라리 지독하기만 한 거짓말이었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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