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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빈 Oct 12. 2023

동네 고깃집이 일본 관광객 명소가 된 비결

<원동미나리삼겹살> 브랜딩 노트 / 편안한 기획이 주는 힘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다점포 구현은 필수다. 외식업을 할 때는 두 가지 기로에 보통 서게 된다. 하나는 실질적 이익 추구. 나머지는 자아 실현이다. 대개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 둘 다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돈을 쫒을거면 확실히 시장이 원하는걸 만들거나, 자아실현을 할거면 확실하게 스스로를 투영하여 만족스럽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면 좋겠으나 사실상 여전히 내게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정한 규칙이 있는데 두 번은 시장이 원하는 것 또는 안정적인걸 하고 나머지 한번은 내가 하고 싶은걸 도전하는 방식이다. 회사 포트폴리오에 있는 것들 중 상록수나 위치원, 한우물등이 필자가 하고 싶은 장르라고 보면 된다. 대개 자아를 투영하게 되면 디테일 요소들이 많아지고 기획에 힘이 들어가는 편이다. 솔직히 말해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돈 내고 돈 먹기’ 외식사업 기본 로직에 화려한 기획은 작은 회사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부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꼭 힘이 들어간 기획이 좋은 기획일까?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편안한 기획은 기획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큰 일은 조용히 일어나는 것처럼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브랜드들 역시 외식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나 역시 브랜드 기획자 직업 특성상 피로도 높은 화려한 브랜드보다 때로는 아무런 메시지 없는 편안한 브랜드가 고플 때가 많다. 편안함이라는 메시지는 궁극적인 단계다.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가 초월하여 하나로 수렴된 것. 자칫 어설픔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편안함이란 비로소 모든게 균형있게 갖춰졌을 때 소비자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콘셉트로 편안함을 주는 것이야 말로 고도화된 브랜딩이 필요한 전략이다.     

편안함이라는 메시지는 궁극적인 단계다.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가 초월하여 하나로 수렴된 것. 자칫 어설픔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편안함이란 비로소 모든게 균형있게 갖춰졌을 때 소비자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콘셉트로 편안함을 주는 것이야 말로 고도화된 브랜딩이 필요한 전략이다.     



맛이 아닌 '만족감'에 대한 고찰


어느 날 대패삼겹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믈 손님이 말하는 것을 문득 들은 적이 있다. ‘이 집은 맛은 그냥 그런데 만족스러워 뭔가...’ 밥을 먹던 내 머릿속에 느낌표가 새겨진 순간이었다. 맛있고 멋스러운 것에만 쫒았던 그동안의 행보에 반기를 두는 일종의 사건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외식을 통해 맛있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한다. 옳고 지당한 말씀이시다. 하지만 과시욕 소비 이전에 실직적 소비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든 소비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지 않는다. 외식도 그렇다. 보이는 소비가 있는 반면 반대의 것도 존재한다. 예로 각자 사용하는 배달 어플을 살펴보자. 지난 구매 기록들을 보며 그중 우리의 SNS에 올린 것들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비록 공유는 없지만 우리는 특정 브랜드, 품목 또는 가치에 대해 지속적인 소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초밥을 좋아해서 배달을 통해 다양한 배달브랜드 초밥을 지속적으로 먹는 패턴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 계정 어디에도 올린적이 없다. 같은 품목의 초밥을 여기저기 주기적으로 사먹는 스스로를 관찰하며 이 역시 만족감을 주는 초밥을 찾아 헤매는 일련의 노력의 과정이라고 보여지는 것 같다. 이러한 양상은 모든 카테고리마다 존재한다. 하루는 멋드러진 인테리어의 핫플 카페를 가면서도 다른 날에는 집근처 메가커피에서 양 많은 메가리카토를 마시곤 하니까. 지난 글에서부터 지속에서 필자가 강조해오는 브랜드 감도와도 논리가 연결되는 부분이다.   


외식도 그렇다. 보이는 소비가 있는 반면 반대의 것도 존재한다.

   

용산구 숙대입구 상권에 우리가 투입애 빌드업 프로젝트를 하기 전 이미 잘 되는 고깃집 하나 있었는데 바로 <조대포> 라는 곳이었다. 허름한 외관, 평이한 무드 삼겹살부터 소고기까지 안파는 고기가 없고 딱히 어떤 컨셉을 어필하는지 모르지만 결과는 매우 성업 중이란 것이다. 필자도 가끔 애용하는 단골 맛집이기도 하다. 이전의 숙대입구 상권에 우리를 포함해 새롭고 힙한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상권의 규모가 커졌다. 제한된 수요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대포>의 고객이 주춤할 법도 한데 사실상 여전히 이곳은 지금도 상권 내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는다. 이런걸 저력이라고 표현하나... 이유 없는 결과값은 없다. 조대표의 DNA를 추출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편안한 콘셉트를 추구한 <원동미나리> 의 브랜드 이미지


앞으로의 방향성 '재방문'


우리 회사를 양적으로 성장 시킬 수 있는 부분에는 한식을 기반으로 대중성 있는 아이템들을 다룬 것이 주효했다. 특히 삼겹살을 포함해 고깃집 위주로 초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져감으로써 한 간에는 외부에서 이 회사는 고깃집만 다루는 회사냐는 웃음 섞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원동미나리삼겹살>을 오픈할 때 역시 사람들은 또 고깃집이냐는 말을 들었었으니까. 우선 원동미나리는 회사에서 갖고 있는 고깃집 브랜드 중 가장 하위 감도에 위치해 있다. 또 원동미나리를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고깃집이 4개 있다. 같은 상권에서 파이조각처럼 나눠 먹기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정답은 아니오다. 1차적으로 소고기냐 돼지고기냐, 생고기냐 양념고기냐 등에 대한 카테고리 분류도 있겠지만 원동미나리는 전략적으로 길 건너 조대포처럼 재방문이 원동력인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 결과적으로 원동미나리는 동네 고깃집이 됐다. 동네에서 사랑받는 고깃집. 핫 한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타이틀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경이로운건 매출 대비 인력 효율 및 고객의 재방문률은 회사의 다른 브랜드 못지않게 상위권 성적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고객의 재방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적 편안한 분위기 추구 <원동미나리삼겹살>
동네에서 사랑받는 고깃집. 핫 한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타이틀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만약 매장을 운영하는 주체 본인이 유명한 인플루언서거나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툴을 갖고 있다면 분명 기획형 식당을 만드는건 주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단 고객의 모수가 많은 서울 수도권에 국한되서 말이다. 필자도 기획형 매장들을 선보이는 이유는 서울에서가 유일하다. 서울 사람들이 한 번 씩만 방문해도 매장은 유지 될테니까... 하지만 지속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것이다. 꽤 피로도가 높은 작업이겠지.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건 화제성만으로 브랜드를 이끄는건 개인과 마찬가지로 회사로서도 힘이 부친다는 사실. 직접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화제성 브랜드로만 포트폴리오 구성된 외식 회사들의 경영난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찰도 끊임없이 해야함을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결국 외식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곧 고객의 충성도 즉, 재방문과 직결된다. 앞으로의 브랜딩 역시 재구매를 염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려울거라 확신한다.          


가격이 콘셉트를 결정한다


원동미나리는 처음부터 매장이 활성화 된 것은 아니었다. 기 힘을 빼고 기획 한다고 했지만 돌이켜보면 원동미나리의 첫 번째는 그러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물론 코로나라는 상황이 주는 긴장감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피로도 없는 편안한 식당을 만든다는 목적이 무색하게 매장 곳곳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투성이었다. 초기 메뉴판을 보면 냉동 삼겹살집을 추구했지만 삼겹살 본질 보다는 쉬운 특수부위나 사이드메뉴로 차별화 하려는 전략을 꾀한걸 볼 수 있다. 마케팅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는데 주목받아야 하는 마음과 충돌됐다. 역시 늘 스스로 불안과의 싸움인 것 같다.     


 초기 냉동삼겹살을 1인분 13,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때 당시 레트로 냉삼 열풍을 주도했던 <잠수교집>보다 조금 싼 가격이었다. 사실 냉삼은 잠수교짐 이전에도 보편화된 상품군이었는데 굳이 그곳의 가격을 참고한걸 보면 의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기 떄문에 원동미나리만의 색을 잘 입히지 못했던게 아닐까도 싶다. 결과적으로 원동미나리는 잠수교집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려던 초기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화제성도 편안함도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어중간한 식당이 되었다. 실패한 기획을 애꿎은 마케팅으로 보완하려고 하니 될 리가 없었다. 마케팅은 해결사가 아니다. 좋은 기획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수단임을 스스로도 잊고 있었다.

원동미나리삼겹살 초창기 메뉴판

오픈 후 일 년 시점에 대대적인 리뉴얼이 강행됐다. 리뉴얼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었다. 원동미나리만의 색을 찾기 위해 모색했다. 언제부터 냉삼을 1인분 만원 중반을 웃도는 금액을 주고 먹었던가. 가격이 높은 만큼 만족감을 주기는 당연히 어려웠을 것.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도입했다. 1인분 대패삼겹 11,000원을 넣어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췄다. 동시에 질 좋은 고기를 제값 주고 드시는 고객분들을 위해 생삼겹살도 1인분 14,000원에 추가했다. 기존의 냉삼 가격은 동일했지만 두 가지 종류의 삼겹살을 앵커메뉴 역할로 추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냉삼의 판매가격을 합리적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삼겹살 한 가지 카테고리를 세가지로 세분화 함으로써 고객별 기호도에 맞추는데 초점을 맞췄고 자연스럽게 삼겹살 전문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전문점 포지셔닝은 고깃집 기획시 가장 중요하게 사용하는 스킬이다. 보통 특수부위를 내세워 전문점화 하는 경우가 많다. 가브리살 전문점, 황지살 전문점 등과 같은 경우다. 하지만 보편적인 삼겹살을 특색있게 내세워 전문점화 하는 경우는 드물다. 드라이에이징, 와인숙성 등 숙성기법이나 돼지 원육 품종을 차별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전반적인 브랜딩에 영향을 더 줄 뿐 직관적인 삼겹살 전문점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렵다. 전문점에 대해 많이들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문점이란, 삼겹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결국 인식의 싸움이다. 삼겹살은 가장 대중적인 품목인 만큼 개인 기호도가 세분화된 메뉴이기도 하다. 어렵게 푸는 것보다 고객의 기호도에 맞추는 것이 오히려 훨씬 빠르게 기억에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하자.     

 

리뉴얼 후 메뉴판 / 삼겹살 세분화 판매로 전문점 이미지 구축


고객이 원하는 것 찾기


계속해서 원동미나리 리뉴얼에 대한 내용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브랜딩인 만큼 철저하게 공급자적인 마인드와 시선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육시리>라는 브랜드를 기획 시 원육의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과감히 상추쌈을 제공하지 않았다. 화제몰이에는 성공했으나 상추를 요구하는 고객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수반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육시리는 프리미엄 고깃집 브랜드로 안착에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동미나리는 어땠을까? 초기 사이드메뉴 기획에 힘을 너무 준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메뉴들을 놓친 실수를 범했다. 고깃집의 국룰 된장찌개, 냉면 그리고 볶음밥 계란찜. 고객이 친숙하게 느끼고 보편적으로 매번 고깃집에서 찾는 메뉴들이다. 은근히 주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손이 가는 것들 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 네 가지 메뉴를 모두 동시에 갖춘 곳을 찾기가 힘들다. 여러 가지 외부적 내부적 요인이 있겠지만 보통 효율화라는 늪에 빠져 정작 고객이 원하는 걸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고깃집이 그렇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많은 업주들은 운영 효율화라는 목적하게 나처럼 고객의 니즈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모든게 결국 편하게 장사 하고픈 마음. 핑계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걸 짜내는 기획에 혈안이 되어있는 요즘. 새로운 것 보다 고객의 니즈에 디테일하게 부합하는 것 역시 좋은 기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동미나리 리뉴얼에서는 독특한 메뉴를 만들기 보다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넣어 기대에 부합했다. 단순하지만 어려웠던 것들. 계란찜, 볶음밥, 냉국수 메뉴의 도입으로 원동미나리에 찾아주시는 고객분들은 보다 편하게 매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곧 만족감의 시작이다. 식당 기획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고객이 원하는 요소를 발굴하고 채우는 것 부터가 기획의 시작이다.


효율화라는 늪에 빠져 정작 고객이 원하는 걸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식당 기획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고객이 원하는 요소를 발굴하고 채우는 것 부터가 기획의 시작이다.
고객의 니즈와 매장의 개성에 부합하는 <원동미나리>만의 메뉴 오이소박이국수

가격으로 문턱을 낮추고 기대에 부응했으면 만족감으로 쐐기를 박을 차례다.상호를 미나리를 붙인 만큼 미나리가 갖는 특유의 싱그럽고 풍성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했는데 핵심 컨셉은 쌈바구니가 2% 부족했다. 특히 고깃집에서 여성 고객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 가장 쉽고 명확한 방법 중 하나가 쌈채소 제공에 힘을 싣는 일이다. 확실히 여성층은 채소 제공에 반응하는 편이다. 원동미나리에서도 기존 미나리, 상추류 정도의 쌈채소 구성에서 숙주나물까지 더해 고객이 풍성함을 압도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쌈바구니를 크게 제공하지 변별력과 동시에 고객의 만족하는 리액션이 비로소 나오게 됐다. 예로부터 퍼줘서 망하는 장사 없다고 했다. 퍼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셀프바를 도입했다. 셀프바는 바쁜 매장에서 고객을 움직이게 함으로서 운영 효율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들에서 퍼주는 느낌이 없이 단순 셀프바만 도입하면 역효과가 난다. 식당이 해야할 서비스를 단순히 고객에게 떠넘기는 느낌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에는 논리적 타당성이 필요하다. 고객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만큼의 댓가가 필요함을 명심하다.     


모든 요소에는 논리적 타당성이 필요하다. 고객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만큼의 댓가가 필요함을 명심하다.     


편안한 기획이 주는 힘


추구했던 방향으로 편안한 매장이 되어 가니 다시 고객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장사만큼 정직한 비즈니스도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브랜드가 되고 싶어 혈안인 것 같다. 식당에서 브랜드는 우선 고객의 인지도다. 원동미나리 역시 인지도가 높아지니 어느새 지역 상권에서 유명한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포지셔닝의 결과 값은 편안한 로컬 삼겹살집이다. 예를 들면 제주도같은 여행지에 가서도 기획형 식당에 지친 고객들이 ‘제주도 로컬 맛집’ 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런 곳들은 대개 튀지는 않지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구성의 곳들이 대다수다. 일일이 형용할 수 없지만 고객은 사진만 봐도 다 알 수 있다. 그만큼 요즘의 소비자는 똑똑해졌다. 기획형 식당들처럼 마케팅으로 뜨는 방법도 있지만 원동미나리처럼 로컬 맛집으로 인식이 먼저 되고 인지도가 생기니 안정적으로 매장을 이끌어 갈 원동력이 생겼다. 자연스러운 구전 마케팅이 이어졌다. 로컬 맛집 이미지는 마케팅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포지셔닝이었다. 


로컬 맛집 이미지는 마케팅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포지셔닝이었다. 


이러한 로컬 맛집 이미지로 정점이 찍힌건 MBC 김대호 아나운서가 출연하는 퇴근 후 맛집 소개에도 소개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의 음식 소개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방송 마다 컨텐츠의 컬러에 따라 어울리는 식당들이 매칭되는 걸 볼 수 있다. 퇴근 후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포멧은 실제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갈만한 편안하고 소탈한 곳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동미나리게 출연하게 된 것 역시 방송 콘텐츠 기획 의도와 부합하는 바. 초기 의도했던 브랜드 기획 방향이 딱 맞아 떨어졌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낸 순간이었다.     

원동미나리 MBC 퇴근 후 맛집 소개 방송 이미지


코로나로 봉쇄됐던 국경이 열리고 이런 로컬 맛집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외국인에게도 전달됐다. 한 번을 먹더라도 제대로된 곳에서 먹고 싶은 관광객의 니즈에 원동미나리의 포지션은 주효했다. 일본인의 유입이 점차 늘더니 현재는 전체 고객의 30% 남짓을 차지한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서울역을 연결짓는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이 교차하는 곳에 입지적 유리함도 한몫했다. 외국인 그 중에서도 일본인 타깃으로 한 마케팅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내국인 보다 오히려 외국인을 상대로한 마케팅에 열심히었던 이유는 초기 포지셔닝 선점을 위한 목적이었다. 국내 마케팅이 과열된 현 외식 시장에서 외국인을 상대로한 마케팅은 전무후무했다. 마케팅은 포지셔닝을 위한 활동이다. 선점만큼 가장 강력한 마케팅 전략도 없다. 초기 경쟁이 적으니 원동미나리 브랜드가 쉽게 눈에 띌 수 있었다. 발 빠른 외국인 마케팅 덕분에 일본인 삼겹살 명소로 등극할 수 있었다.

선점만큼 가장 강력한 마케팅 전략도 없다. 


외국인 타깃 마케팅 방법


많은 분들이 외국인 타깃 마켓팅을 물어보곤 하는 데 우선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인들은 특히 삼겹살, 감자탕, 닭한마리, 간장게장 등을 선호한다. 아니면 정말 유명한 연예인이 다녀간 곳이거나.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목적 구매가 명확하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메뉴군을 먼저 갖춘 뒤 마케팅이 다음이다. 구글 지도에 본인 브랜드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글 지도의 경우 브랜드명 외에 서브 키워드로 bbq, bar, bistro 등과 같이 영문으로 표현되는데 최근에는 ‘pocha’ 같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단어 그대로 외국인들이 검색해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류 열풍의 힘이다. 리뷰가 중요한건 열 번 강조해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속적인 관리만이 답이다. 외국인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플루언서 섭외가 중요한데 음식 제공과 원고료로 매장과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선별하여 직접 섭외하는 길이 유일하다. 외국인 상대 마케팅 대행사가 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 전문화된 곳이 많지 않아 마케팅은 단순하지만 지금 말한 일련의 과정을 지속적인 반복이 중요하다. 원동미나리에서 체감해보니 국내 마케팅은 보통 3개월 전후 기점으로 반응이 오는 반면 외국인 타깃은 8개월 전후로 유입 반응이 느껴졌다. 당장의 효과가 없더라도 마케팅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정답이다.          


마케팅은 단순하지만 지금 말한 일련의 과정을 지속적인 반복이 중요하다.

(좌) 일본인 관광객 유입으로 웨이팅 / (우) 지속적인 일본인 유투브 노출


쉽게 기억되는 네이밍 노하우


쉬운 브랜드를 추구한 만큼 원동미나리 기획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네이밍이었다. 기억하기 편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은 식당 기획의 절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원동미나리의 원동은 경상도 양산시 미나리의 유명한 지역 ‘원동’에서 따온 것이다. 충남집, 호남식당, 강릉집 등처럼 편안한 가게들의 네이밍 패턴인 지역명 연결짓기 방법이다. 지도를 한번 펼쳐보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살펴보자. 옥석같은 지역명 단어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많은 고깃집들 사이에서 원동미나리가 튈 수 있었던건 네이밍 ‘미나리’ 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고깃집임을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단어 보다는 보다 편안한 이미지를 원한다 이처럼 연상단어를 사용하는걸 추천한다. 미나리를 포함해 맥반석, 철판, 솥뚜껑, 드럼통 등 과 같이 직접적으로 고깃집을 의미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고깃집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다. 조금더 감도 있게 단어를 음미해보자면 위의 단어들은 남성적인 단어고 미나리는 여성적인 단어다. 삼겹살이라는 카테고리가 남성 선호도가 큰 음식이기 때문에 미나리와 같은 상호로 상쇄하여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다. 비단 삼겹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템의 식당에서 네이밍할 때 이렇 듯 연상단어를 사용해 네이밍이 가능하다. 이제 단어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음미하는 연습을 해보자. 네이밍 연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단어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음미하는 연습을 해보자. 네이밍 연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냉동삼겹살 아이템 사업적 타당성 분석


같은 삼겹살 아이템일지라도 시기마다 뜨고 지는 트렌드가 다르다. 구워주는 삼겹살이 인기였다면 지금은 레트로풍의 냉삼이 확실히 인기다. 고깃집 첫 창업임을 전제 하에 만약 지금 삼겹살집을 준비한다면 냉삼 아이템을 추천한다. 타 고깃집 대비 냉삼집은 시스템이나 노하우 보다는 감성적인 터치가 경쟁 요소로 보다 작용할 수 있어 독립점포 접근 시 경쟁우위를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냉삼전문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다른 것들에 비해 적은 이유다. 시스템보다는 개성이 중요한 카테고리인 만큼 구워주는 고깃집보다 창업 실패 위험이 낮다. 삼겹살이라는 큰 시장파이에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고객이 원하는 니즈는 확실하게 깔려 있는 상태이니 무리수 없이 고객이 원한 요소에만 충족해도 소위 말해 기본은 한다.


냉삼의 메리트는 낮은 문턱으로 인한 접근성이다. 실제 예로 서울 논현동 터줏대감 <영동원삼겹살>을 벤치마킹한 적이 있는데. 여긴 1인분 5,000원 남짓 초저가형 점포다. 물론 강남 논현동이라는 상권적 특성도 있었겠지만 재밌던 점은 삼겹살 가격이 저렴하니 점심에도 고기 손님으로 가득 차는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또 우리 회사의 경우도 구워주는 두꺼운 삼겹살집부터 레트로풍 기획형 고깃집, 양념육 전문점 등 다양하게 고깃집을 운영하는데 냉삼집인 원동미나리는 예약 대비 일반 로드로 방문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또한 저녁 이전 드문드문 빠르게 반주하고 퇴장하는 고객층이 종종 발견되는걸 보면 확실히 냉삼집은 일반 고깃집과는 가볍게 고객이 소비하는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냉삼전문점은 회전율 및 주류 판매 활성화로 인한 수익률 증대가 장점이다. 현장에서 느낀바 확실히 일반 고깃집 대지 주류 판매율이 높다. 그리고 고깃집 매출에서 회전율이 중요한데 여기서 회전율이란 1차적인 손님의 회전도 있겠지만 내재적 회전율은 바로 고기 추가 주문에 있다. 고정상차림 대비 새로운 손님을 받는 것보다 추가 주문을 높여 객단가를 높이는게 고깃집에서 주요 매출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삼은 가벼운 이미지와 낮은 문턱 덕분에 고객의 회전도 타 고깃집 대비 좋다는 점이다. 여기에 구워주지 않고 숯불 사용과 같은 노동 강도 및 전문인력 필요도가 타 고깃집 대비 낮아 요즘 같이 구인난 시대에 그나마 인력을 꾸리기 용이하다. 아무쪼록 냉동삼겹살 전문점은 회전형 고깃집 모델의 최적화된 고깃집이라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수입식당> 냉동삼겹살 지하 대형 규모 오픈 사례

일반 고깃집보다 가벼운 콘셉트 덕에 1층 목 좋은 자리도 좋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규모를 갖춰서 2층 입점 전략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필자가 기획했던 냉동삼겹살 초기 모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수입식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70평 정도 규모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는 점포인데 제주도 콘셉트의 고깃집을 냉삼으로 업종 전환해서 매출 활성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이처럼 냉동삼겹살 전문점은 꼭 기획형이거나 아이콘이 되는 전략을 꾀할 필요가 없다. 외식 시장에서도 1등이 아니어도 지속가능한 모델링이 중요한 시대다. 냉동삼겹설처럼 탄탄한 대중수요를 기반으로 한 아이템들은 편안한 콘셉트 구현을 통해 동네 상권에서 장기적인 비전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사업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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