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연말이 되면 모든 금융투자기관에서 내년 전망을 하기 바쁘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시장이 좋지 않을 겁니다."
"아닙니다. 내년에는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겁니다."
"상반기에는 힘들지만 하반기에는 그래도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겁니다."
그렇다면 퀀트는 2023년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퀀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은 바로 불가지론(不可知論)이다.
"나는 모르오."
퀀트는 사실 시장을 전망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애초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금융시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져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것은 퀀트의 관심사항 밖이다. 퀀트에게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어떤 국면에도 대비가 되어 있는 팩터 포트폴리오를 통해 꾸준히 일관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퀀트랍시고 이런저런 데이터를 들먹이며 내년 시장이 이렇게 저렇게 될 것이라고 섣불리 전망하는 것은 소피스트의 궤변이자 곡학아세의 태도다.
몇몇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지만, 이러한 물음에 퀀트는 이렇게 반문한다.
"예측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그 사람들은 올해 수익을 내지 못했을까요?"
결국 그 사람들이 잘못된 질문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을 해야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예측을 안 한다고 해서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예측과 수익 간에는 일말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은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확률적 사고에 기반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퀀트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기 위함도 아니며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도 아니다. 우리에게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는 현재 지금 이 시점에서 시장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이다.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확률적 우위가 높은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이것이 합리적이고 투자의 본질이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자신의 포지션과 사랑에 빠져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디 어떤 것에 애정이 생기면 그 대상의 이미지를 왜곡시켜 그것을 더 좋은 쪽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말이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롱을 들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 조만간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 전 고점을 뚫고 상승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반대로 숏을 들고 있는 사람은 마치 세상이 멸망하여 주가가 수직낙하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예측을 한다는 것은 필시 기대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희망도 절망도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망(望)하면 망(亡)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내 포지션을 기반으로 판단을 해서는 안 되며, 오직 데이터만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카르페디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할 것.
현재에 집중한다면 미래에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든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퀀트의 팩터 포트폴리오는 포캐스팅(Forecasting)이 아닌 나우캐스팅(Nowcasting)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