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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ug 28. 2024

퀀트의 하루 일과

학생들 입장에서 제도권 퀀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정말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점들 중 하나는 아마도 퀀트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일 것이다. 만약 내가 퀀트로 취직을 하게 되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퀀트 트레이더로써 일반적인 나의 생활 루틴을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물론 모든 퀀트가 이러한 생활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커리어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05:00 AM

나는 새벽 기상을 즐기는 편이다. 아침 시간이야말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전날 술 약속이 없었다면 일반적으로 5시에 기상을 해서 첫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을 한다. 첫차를 타면 좋은 점은 무조건 앉아서 출근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굉장히 조용하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는 등 무언가 집중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06:30 AM

회사에 도착해서는 전일 미국장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이에 따라 운용하고 있는 팩터 포트폴리오의 손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한다. 미국장에 따라 한국장의 움직임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거래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자산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장 결과와 손익을 확인했으면 잠자고 있던 몸을 깨우기 위해 헬스장으로 간다. 첫차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헬스장을 가면 별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 운동 스케줄과 페이스대로 운동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다.

08:00 AM

같은 팀 사람들이 서서히 출근을 하는 8시다. 커피를 한 잔 내려놓고 오전 업무 준비를 한다. 한 주에 한 번 있는 아침 주간회의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오전 업무시간은 그리 바쁜 편은 아니다. 한국장은 9시에 열리기 때문에 한국장이 열리기 까지는 시간이 좀 있다. 전날에 하다가 잠시 중단했던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최근에 어떤 퀀트 논문이 나왔는지 서칭을 한다. 퀀트에게 논문과 해외 원서를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새로 발표되는 논문이나 새로 출간되는 책들이 뭐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구독하고 있던 한 해외 블로거의 신간이 출간되어 아마존으로 주문을 하여 배송이 어서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퀀트 원서를 사 모으는 것은 나의 몇 안되는 취미 중 하나이다.

09:00 AM

오전 9시, 한국장이 열렸다. 전일 미국장 움직임의 결과를 반영하는 거래들이 오전장에 쏟아진다. 대부분의 전략들이 미국장, 유럽장에서 알고리즘으로 자동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장이 열렸다고 해서 딱히 신경쓸 일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주식 트레이더나 채권 트레이더들에게는 이때부터가 굉장히 바쁜 시간이다. 쉴 새 없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그리고 전화 목소리들이 들린다. 금융시장은 말그대로 시장이다. 시장이 조용하면 그것은 시장이 아니듯이 트레이딩 룸도 마찬가지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조용하면 그것은 망한 시장이나 다름없다.

10:00 AM

사실 퀀트 트레이더의 업무는 범주화를 해보면 굉장히 단순하다. 전략 리서치, 백테스팅, 체결 엔진 구현, 실시간 트레이딩 모니터링 등 일반적으로 퀀트 트레이더 하면 떠오르는 업무들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시간에는 연구소 R&D 센터 마냥 리서치와 구현이 업무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반적인 트레이더와는 다르게 실제 매매 체결에 대한 부분은 이미 구현해놓은 매매 체결 알고리즘이 알아서 담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수의 트레이딩 전략들을 동시에 운용하는 퀀트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손으로 하는 수동 매매는 거의 불가하며 시간 단위가 짧아질 경우 알고리즘의 활용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11:30 AM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별다른 점심 약속이 없는 경우에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여의도의 점심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간다. 대부분의 식당들의 회전율이 굉장히 빠르고 그만큼 근처 카페들도 점심시간이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북적인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골프 레슨을 받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의도의 점심과 저녁은 결국 네트워킹이다. 고객을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아 만나거나 혹은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듣고 또 교류한다. 나 또한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책이나 논문에서는 알 수 없었던 꿀팁과 정보 및 조언들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1:00 PM

오후 업무 시간도 사실 오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리서치와 구현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외사 세일즈나 스트럭쳐링 팀 혹은 퀀트들과의 컨퍼런스 콜 혹은 대면 미팅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그러한 미팅이 있다면 오후 시간, 특히 점심 직후 시간을 활용하는 편이다. 점심을 먹고난 직후에는 텍스트를 읽는데 집중이 잘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외사와의 미팅을 하는 이유는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퀀트 전략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시장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들이 무엇이 있는지 체크하고 그들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외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현재 각 나라들에서는 어떤 상품과 전략들이 잘 나가고 인기 있는지 현재 다른 사람들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나 팀에 이러한 외사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실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5:00 PM

이제 퇴근 시간이다. 나의 경우는 일주일에 세번은 야근이라는 늦게까지 명목으로 회사에 남아서 추가적인 리서치나 공부를 하는 편이다. 퀀트에게 정말 공부란 끝이 없는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퀀트 트레이딩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필요한 지식 범주가 정말 다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 가지고는 커버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퀀트는 공부를 항상 게을리 할 수가 없다. 물론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술약속을 잡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도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하는 편이다. 술약속이 있으면 다음날 업무와 공부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칼퇴를 하고 귀가하여 육아에 전념한다. 육아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기 전까지는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아주려고 하는 편이다.

8:00 PM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자기 전까지 다시 공부의 시작이다. 책과 논문, 유튜브, 웨비나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 부족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며, 특히나 퀄리티가 괜찮은 해외 웨비나의 경우 대부분 시차 때문에 우리나라 밤 시간에 주로 열리는 편이다. 

11:00 PM

나는 앞서 말했듯이 새벽 기상을 하기 때문에 6시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 10시~11시 정도에 잠에 드는 편이다. 오늘 했던 업무들과 공부했던 내용들을 간단히 리뷰해보고 내일 해야 할 일들과 공부 목표를 리스트화시킨 뒤 잠에 든다. 이렇게 루틴화된 삶이 어찌 보면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퀀트 트레이더로써 내가 원하는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학습 과정이 즐겁다. 가족들도 나의 이러한 삶의 태도와 철학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주고 있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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