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전공인데 통계는 왜 공부해야 하는거죠?

by Haru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 심리학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몇 번 있다. 첫 번째는 심리학 개론 수업이고, 두 번째는 심리통계 수업이다(더 있을 수도 있다ㅎ). 아마 언론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심리학자의 모습을 보고 환상에 젖어 심리학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아마 심리학 개론 수업 때부터 멘붕이 오지 않을까 싶다.

스크린샷 2025-07-03 130302.png 출처: 고전유머짤(with chatgpt image rendering)

그리고 개론 수업을 듣고 2학년부터 들을 수 있는 과목인 '심리통계'... Ah..,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 앞에서 좌절한다(실제로 재수강 비율이 좀 된다).


심리학은 문과적 성격과 이과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문과 베이스 학생'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이 '통계'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심리학에 있어서 통계는 매우 중요하다. 객관적으로만 봐도 어지간한 대학교에서 심리통계 수업은 '전공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대학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이해하는 데 '통계'가 왜 필요한 걸까? 단순히 대학원에 가기 위해, 논문을 쓰기 위해서가 아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심리학이 과학이 되기까지


심리학의 출발점은 철학이지만, 현대 심리학은 어엿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리학 개론만 봐도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실제로 심리학이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는 데는 통계의 역할이 주요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논리성, 객관성, 반복검증성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며 이는 심리학도 마찬가지다. 이에 단순한 추측이나 직관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학문이 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현대 심리학은 양적 연구방법론 하에 토대가 쌓여온 만큼 그 중심에는 통계가 있었다. 따라서 당연한 얘기지만 심리학은 독심술과 같은 유사심리학과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변인들 간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도구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상태, 그리고 성격이나 성향 등은 물리적인 도구로 측정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들이다. 자존감, 자기효능감, 회복탄력성, 개방성, 우울, 불안, 자기몰입, 자기비하, 사회부과 완벽주의, 내현적 자기애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 다루는 거의 대부분의 개념들은 모두 잠재변인(Latent Variable)이다.

*잠재변인: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특성을 의미(Latent Variable이라고도 하지만 Unobserved Variabl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상적인 잠재변인들을 측정하고 수량화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검사들이 개발되었고, 검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할 때 통계가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상담 프로그램이 우울증 완화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남녀 청소년에 따라 스마트폰 의존도에 차이가 있는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퇴사 또는 이직 가능성을 높이는 변인은 무엇인지 등등 우리가 관심 있는 가설을 데이터를 모아 검정하려 할 때 통계적인 지식과 역량이 적극 요구된다.


개인의 주관적 경험만으로는 변인들 간의 복잡한 관계들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직관에만 의존한 논리는 설득력있는 근거가 되기 힘들다. '20대 남성보다 여성들의 우울 수준이 높은 것 같다'는 식의 주관적 느낌을 넘어 실제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어떤 요인들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정해 보고자 한다면 통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마치며


그래서 단순히 '해야 될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통계를 공부하는 것은 아쉽다. 통계는 우리가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도구이다.


더 나아가 통계적 사고는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언론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 자료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하며, 복잡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용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전공필수 과목이라는 이유로, 대학원에 가기 위한 목적만으로 억지로 공부한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다.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