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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Feb 02. 2022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렴

아무런 조건 없이 베푸는 너의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안녕! 딸~


오늘이 연휴 마지막 날이다. 5일을 쭉 쉬었는데,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왜 그런 거니? 이번 연휴에는 코로나 확진자들이 2만 명이 넘었다는 말을 듣고 밖 갓 외출이 무서워서 집에서만 보냈구나. 그런데 이제 이런 생활도 익숙해졌다. 스스로 자가 격리하며 너와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네. 우리 생애에 이런 날이 또 올까?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대해 본다.     



엄마는 이번 연휴 때 좋았던 것은 너와 여러 편의 영화를 본 것이었어. 전에는 애니메이션 위주로 봤던 것을 이제는 영화의 폭이 넓어져서 코미디 영화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단다. 영화나 책은 같은 것을 봤어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거든. 이제는 우리가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엄마는 참 좋구나.      

오늘 봤던 ‘에반 올마이티’의 명대사가 엄마한테는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제가 하나 물어보도록 하죠. 만약 누군가 자신에게 인내를 달라고 기도한다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려고 할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만일 누군가 가족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면 하나님이 뿅 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할까요? 아니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실까요?  "

영화 '에반 올마이티' 중에서 




엄마에게는 이 말이 알 것 같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더라. 왜 신은 우리가 정작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할 때 그것을 바로 주시는 것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일까?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시는 걸까? 아니면 더 중요한 것을 주시기 위해서일까?      



신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잘 안되면 엄마의 마음으로 보라고 하더라. 엄마의 마음으로 본다면, 자식에게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처럼 인내심이 필요할 때, 그때 필요한 인내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삶을 살아갈 너에게 인내심을 낼 기회를 준다면, 머리로 기억하는 인내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인내가 되어 필요할 때마다 그때를 상기하며 다시 용기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들은 뭐든 쉽게 얻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단다. 하지만 인내심이라는 것이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더라. 인내하는 상황을 겪고 또 겪어낼수록 그 인내심은 깊어지는 것 같구나. 또 반복되는 시련 속에서 사람은 인내심뿐만 아니라 통찰력과 지혜도 얻게 되지.      



그리고 기회를 준다는 것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주는 것이지. 타인의 힘으로 밀려서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책임감을 느끼면서 말이야.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의 마음으로 생각해 봤단다.     



앞으로는 내가 기도할 때마다 내게 올 기회들을 기대해 봐야겠다. 결국 ‘원할 때마다 기회를 주시는구나.’라고 내 마음대로 이해해 봤단다. 와우~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걸? ^^     






많은 사람이 ‘에반 올마이티’의 명대사를 뽑으라면 위의 대사를 뽑는데, 엄마는 그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더 와닿는 대사가 있더라. 주인공인 에반이 정치인이 되면서 슬로건으로 “세상을 바꿉시다!”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가 신에게 기도했던 기도 제목도 “세상을 바꾸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통해서 이 영화가 시작된 거잖니.

     

영화 마지막쯤 “세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신은 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하는데,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고 말해준다. “관하지 않고 는 사랑이라네”라며 답했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 번역가가 라임에 맞춰 번역을 잘한 것 같다. 위의 말을 풀어본다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무런 조건 없이 베푸는 친절 혹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에 읽었던 그림책 ‘친절’이라는 책과 연결이 되는 것 같구나. 그 책의 부제목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뭐가 대단한 힘이나 영향력이 아니라 가장 작은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인 일과 연결된다는 것이지. 



 만나면 서로 미소를 짓는 것도,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때로는 참고 기다려 주는 것도, 먼 곳에서 온 친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단다.      


우리는 권력의 힘이 있어야지만, 커다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말이야... 그런 정치인들의 힘보다도,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의 한 마디보다도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그림책에서 보면, 누군가 외로워한다면 살그머니 다가가 꼭 안아 주기, 신나는 놀이를 할 때는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어울려 놀기, 때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참고 기다려 주기, 친구가 잘하는 걸 마음껏 펼쳐 보이도록 응원해 주기,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에 관심 갖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의 나라말 배우기 등 이 모든 것들이 친절이라고 했고, 곧 친절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 했다. 누군가에게 한 작은 행동이지만, 그 친절을 받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세상을 다시 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       






한동안 엄마도 그랬어.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내 말과 행동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선한 부자도 되고 싶었고, 내 힘을 더 키워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었단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나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더라.    


  

어쩌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마지막 연휴를 지극히 아쉬워하는 직장인, 그러면서도 뭔가 현실을 탈피하고자 변화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인데…. 꿈과 현실의 갭이 클수록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고 하잖니. 그래서 엄마가 힘들었나 봐. 대단한 일을 하고 싶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에... 영화에 의하면 나 또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인데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봤단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너에게 화내지 않고, 미소 한 번 더 날려주기.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기. 아침에 급하게 깨우지 않고 온몸으로 사랑의 포옹으로 안아주며 깨우기는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낀다면 네가 잘 자라서 정말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큰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다른 것은 엄마 블로그를 통해 엄마에게 온 일년지기들 섬기기. 일년살기라는 모임을 6년째 하고 있는데, 그 모임에 온 사람들을 진심으로 섬기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야말로 나의 도움이 필요하고, 일년살기라는 모임이 필요해서 온 분들이니 엄마가 더 섬겨야 하지 않겠니. 앞에 서는 리더가 아니라 뒤에서 섬기는 리더로서 그분들을 세울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해 봐야겠다.     




또 뭐가 있을까? 엄마가 책을 쓰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내가 쓴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이 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또 그런 사람이 되는 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면 결국 엄마도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는 사람이 아닐까?      







딸아... 너도 엄마처럼 생각할 때가 있을 것 같구나. 이왕 세상에 태어난 거 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는 멋진 생각 말이야. 엄마는 네가 충분히 그러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모두 역사에 남을 위인에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너의 자리에서 네 일을 충분히 잘 해내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거. 오늘 영화를 보면서 엄마는 다시 깨닫게 된 것 같구나.     




물론 너의 존재만으로도 엄마는 이미 많은 성장을 하고 있고, 또 네 덕분에 엄마는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단다. 이런 것만 봐도 너는 이미 엄마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된 것이지. 그래도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멋지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세상에 한 획을 긋지는 못하더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베푸는 너의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너와 내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단다.    





 

너의 미소로 이미 변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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