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리추얼’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멈췄다

[chapter 1 : NONFICTION]

by Smudden


“Reset, Refresh for the Self”
논픽션은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향을 매개로 내면의 힘을 되찾고, 나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브랜드.
치장을 걷어낸 본질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자고 말하는 브랜드.

나는 그들의 문장들을 여러 번 읽었다.

조금은 감탄했고, 조금은 의심했다.

그리고 결국, 아주 조용한 질문 하나를 꺼냈다.

“이 이야기, 사람들은 정말 알고 있을까?”


논픽션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논픽션을 처음 본 건, 누군가의 '카카오톡 선물하기'였다.

모던한 패키지와 짧은 추천 문구,

“요즘 제일 인기 있는 히노끼 계열”이라는 누군가의 한 마디.

그다음은 편집숍의 선반 위였고,

향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단단했다.

그날 나는 ‘Santal Cream’을 구매했다.

향이 마음에 들었고, 병이 예뻤고, 분위기가 좋았다.

그게 전부였다.


브랜드가 말하는 '리추얼'은 정말 소비자의 의식이 되었을까


제품을 구매한 뒤,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읽었다.
'내면을 마주 보는 일상의 의식'
'모호한 현실과 부산한 잡음 사이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는 순간'
그들은 향수를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율하는 하나의 감정 장치로 정의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소비자는 이 서사를 알았을까?
그리고 이 정교한 감정 설계는,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진짜로 작동했을까?


감정은 설계될 수 있는가


나는 브랜드가 감정의 언어를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감정은 늘 사용자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사람은 논픽션의 향을 단지 ‘트렌디한 미드톤 무드’로 기억할 테고,
또 어떤 사람은 ‘유행하는 감성 바이럴 브랜드’ 정도로 인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공들여 짠 ‘내면의 리추얼’이라는 서사는
어쩌면 아주 일부의 사람에게만 닿았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틈이야말로,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진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브랜드의 철학을 그대로 이해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은 그 향을 통해 자신만의 감정을 만들어간다.


논픽션은 감정을 지시하지 않는다


논픽션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감정을 규정하지 않고, 다만 머물 공간만 제안한다는 것이다.
향은 결코 설명하지 않는다.
향수병의 라벨조차, 하나의 문장일 뿐이다.
“Santal Cream.” “Gentle Night”. “Simple Garden.”
그 문장들을 읽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향의 의미도 달라진다.

이것이 논픽션의 방식이다.
강요하지 않고, 말을 아끼며,
다만 조용한 리추얼의 틀만 건네는 태도.
그 틀 안에 어떤 감정을 담을지는 사용자에게 맡겨둔다.


나는 오늘도 향을 입는다


나는 논픽션을 철학 때문에 샀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향을 입을 때면 확실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브랜드가 말한 ‘내면의 리추얼’은
제품 설명서에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안에서 비로소 살아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논픽션은 감정의 디자인을 시도한 브랜드다.
완벽한 전달은 없었을지라도,
그 시도 자체는 우리 모두의 무드에 작은 파동을 남겼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브랜드가 감정을 설계하는 유일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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