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j'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
기르는 개 한 마리를 떠올려본다. 하루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도록 태어난 보더콜리를 좁은 아파트 안에 묶어둔다면, 흔히 그것을 문제 있는 개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밤새 짖고, 뭔가를 물어뜯고, 제 꼬리를 쫓는 행동을 보며 우울증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설계된 환경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10만 년 전 사바나를 달리던 인간의 뇌는 여전히 맹수를 경계하고, 굶주림을 대비하고, 사람과의 유대를 생존의 조건으로 삼았다. 그런데 요즘 인간은 콘크리트 숲 속에서 형광등 아래 앉아 수많은 경쟁을 견딘다. 뇌는 그것을 위협으로 여기고 추격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심장은 뛴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는 가시지 않는다. 인간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어긋난 것이다.
이런 어긋남을 진화적 불일치라고 부른다. 사실은 역행자가 전략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전략을 끝까지 실행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을 묻는다. 같은 목표를 세워도 어떤 이는 끝까지 가고, 어떤 이는 중간에서 멈춘다. 그 차이를 의지에서 나온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의 뇌는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AI가 세상을 바꾼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더 급한 것은 지금 시대를 통과해야 할 인간의 감각이다. 변화는 단번에 오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바뀌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 여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흐름이 아니라 체력이라는 기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지쳐 있다. 그 피로는 꺼진 기본값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거창한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복원하자고 제안한다. 수면, 물, 호흡, 빛, 걷기, 영양, 운동, 관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늘 더 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잃는다. 공복 운동이 옳은지, 단백질이 과한지, 하루 2리터의 물이 적절한지. 끝없는 논쟁은 오히려 실천을 멈추게 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원시인이라면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그땐 유튜브도 없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삶도 없었다. 과잉의 설탕도, 밤을 지우는 인공의 빛도 없었다. 대신 해가 뜨면 움직였고, 사냥을 위해 걷고 달렸으며, 따뜻한 곳에 모여 얼굴을 마주했다. 그 단순한 리듬 속에서 뇌는 생존과 안정을 확인했다. 그 리듬을 다섯 단계로 정렬한다. 생존, 항상성, 성장, 연결, 초월. 아래의 층이 꺼져 있으면 위의 층은 켜지지 않는다. 잠이 무너지면 의미는 흐려지고, 수분이 부족하면 의욕은 마른다. 호흡이 얕으면 감정은 사나워진다. 늘 성장과 성취의 버튼을 먼저 누르려 하지만, 정작 생존의 버튼은 꺼진 채다. 그래서 실패는 반복된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고 순서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완벽한 원시인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설계된 방식을 이해하고, 그 설계가 작동하도록 환경을 조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의지를 단련하기보다 조건을 복원하고, 결심을 반복하기보다 순서를 바로잡는 삶. 그렇게 뇌가 제 기능을 되찾을 때, 변화는 생각보다 조용히 찾아온다.
아침이 가벼워진다. 이유 없이 무거웠던 날이 줄어든다. 우울이 하루를 삼키지 못한다. 관계는 덜 날카로워지고, 얼굴에는 여백이 생긴다. 식구들이 먼저 알아채고, 아이가 더 자주 웃는다. 질문이 달라진다. '왜 이렇게 힘들지?' 대신 '이 힘으로 무엇을 할까?'를 묻게 된다. 우리 모두는 고장 난 존재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조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간다.
10만 년의 진화는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 사바나의 기억은 유전자 속에 잠들어 있다. 이 책은 그 잠을 깨우는 호출이다. 더 버틸 것인가, 아니면 전투를 끝내고 본래의 리듬으로 돌아갈 것인가. 완벽한 원시인이 된다는 것은 거칠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인간다워지는 일이다. 기술의 속도에 짓눌리지 않고, 정보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으며, 스스로의 리듬으로 걷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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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마주하는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세상을 통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어쩌면, 진정으로 원했던 변화는 성공이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