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절의 순환에 몸을 맡기고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한 결을
춥다, 이제 겨울이다
춥다고 말하는 순간
먼저 떨리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이다
바람이 스치기도 전에
마음의 온도가 먼저 낮아지고
겨울은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계절,
아무리 두꺼운 옷을 겹겹이 걸쳐도
마음 한복판에 생긴 빈틈은
바람 앞에서 너무 쉽게 들켜버린다
손을 주머니에 깊이 넣어 보아도
따뜻해지길 바라는 곳은
살아온 날들의 안쪽 어둠이다
몸이 시리면 따뜻한 걸 찾게 되지만
마음이 시리면 이유를 찾게 된다
그 이유를 붙들지 못한 날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삶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겨울 추위는
기온이 아니라 물음으로 온다
두려움은 진실을 속삭인다
두려워하면 더 춥고, 도망치면 그늘은 더 짙어진다
그 두려움을 천천히 쓰다듬어 본다
내 마음의 겨울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
어쩌면 따뜻함의 첫 번째 불씨일 테니까
겨울의 가장 깊은 곳에는
이미 봄의 씨앗이 숨어 있다
눈이 가장 무겁게 쌓인 날,
계절은 조용히 다음 계절의 준비를 한다
견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일이다
지금 내 마음이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져도
추위가 나를 삼키지는 못한다
바람이 다시 부드러워질 때,
미세한 싹이 돋아나는 그 순간을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으므로,
삶은
계절의 순환에 몸을 맡기고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의 결을 잃지 않는 일,
봄이 온다는 진실을
끝내 믿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추운 마음을 구부리지 않고
조용히 견디는 힘을 배운다
겨울 시작에서 피어오르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의 기척을
조용히 느끼는 시간,
그리고 언젠가 문득,
차가웠던 이 시간들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데워주었다는 사실을
포근한 바람 속에서
조용히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