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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Jun 25. 2016

브렉시트가 불러올 미래

D + 28

하루 멘붕

"Britain Out"

영국이 EU를 나갔다. 52 vs 48. 영국 국민들이 EU에 남을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국민투표에서 잔류가 아닌 탈퇴를 택했다. 통합보다는 분리를, 암울한 현재보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택했다. 잠들기 전까지 EU의 일원이었던 영국인들은 이제 달라진 세상을 살게 되었고, 증권맨들은 달라진 숫자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그들은 왜 탈퇴를 원했고,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될지 여러 자료를 종합해 정리해보았다.  


브렉시트를 불러온 세 가지 키워드- 돈, 이민자, 체면


돈-말로 주고 되만 받았다.

    영국들이 가진 가장 큰 불만은 EU에 매년 내는 20조 원 분담금에 비해 그들이 EU에게서 받는 혜택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수출에 있어서도 EU에 가입하면서 오히려 관세 규제만 가해졌을 뿐, 이점이 고 여겼다. 금융업에서 재미를 보면서 무역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이는 소수의 사람들(주로 화이트 칼라)이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투표권은 빈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1장씩 주어진다.

 

이민자 문제-영국의 것은 영국인의 것으로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영국에는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었다. 이들은 저임금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의 노동시장은 저임금화되었고, 영국인들은 이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면 똑같이 저임금을 받던지. 일자리 문제는 단순 노동, 저임금 노동에 국한되지 않았다. 다른 EU 회원국의 고학력 인재들이 발달된 산업과 많은 임금을 제공하는 영국으로 들어왔고, 영국의 명문 대학들은 EU 회원국에서 찾아온 뛰어난 학생들로 붐볐다. 2015년에는 새로 생겨난 고급 일자리의 1/4를 이민자들이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친(親) 이민정책 탓에 영국인들만 받아야 할 의료, 교육혜택들이 이민자들에게도 제공되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복지혜택까지 줄어들게 되니 삶이 팍팍한 저소득층 영국인들에게 하나 된 유럽은 오히려 재앙이었다.

    

    EU 내 이민자들도 꼴 보기 싫은 마당에, 이제는 다른 EU 국가로 들어온 중동 난민들까지 수용해달란다. 그걸 또 받아들이는 총리는 영국 총리인지, EU 대변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인도주의적 결정은 좋지만 생색은 총리가 내고 그들을 먹여 살릴 돈은 내 호주머니에서 탈탈 털어가니 EU를 뛰쳐나가서 저들을 깡그리 돌려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체면-우리는 대영제국이'었'다

    영국인들의 자긍심은 그들이 가진 땅의 크기, 섬이라는 제한된 조건에도 불구하고 실로 어마어마했다. '대영제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등 과거의 세계 대부분을 식민 지배했던 위상과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을 꺾고 세계 평화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영국인들에게는 있었다.


    그랬던 영국의 유럽 내 위상이 유럽연합과 얽히는 순간부터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EU의 전신인 EEC(유럽 경제공동체)에 가입하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영국은 1963년, 1967년에 EEC 가입을 신청했는데 기존 회원국이었던 프랑스의 반대로 거절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1973년이 되어서야 겨우 가입했는데 이미 EEC는 대륙 중심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었다.


     최근 상황은 더욱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자신들에게 패했던 독일이 유럽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것도 참기 힘든데, 영원한 라이벌이자 자신들보다 분담금도 조금 내는 프랑스가 EU의 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의회에서 제2의 발언권을 지닌 나라가 되자 영국인들은 뿔이 잔뜩 났다. 2014년 의회 선거를 통해 영국은 의회 의석수의 9.7%에 해당하는 73석을 차지한 반면, 프랑스는 74석을 차지했다. 과거의 영광은 현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런 불만이 쌓여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EU를 떠난 영국의 미래


국가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을까.

    투표 결과 영국은 탈퇴를 결정했지만, 이 결정은 영국의 결정보다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결정이라는 말이 정확하다. 4개의 국가 중 웨일스와 잉글랜드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우세했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잔류에 표를 던졌다. 찬성표가 더 많이 나왔던 스코틀랜드에서는 발표가 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독자적인 EU 가입을 전제로 한 분리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2014년에 이미 분리투표를 시도했었던 스코틀랜드는 당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자국 내 독립운동 확산을 막기 위한 다른 EU 국가들의 지원사격으로 잔류가 결정됐지만, 채 2년도 안되어 다시 투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제는 다른 EU 국가들도 막을 이유가 없다. 역사적으로도 오랜 앙숙관계였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결혼 생활이 브렉시트를 통해 끝나게 될 위기에 놓였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북아일랜드와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영연방 제도가 무너지게 된다.

노란색=잔류 우세, 파란색=탈퇴 우세 지역.

   세대 간 갈등도 눈에 띈다. 대영제국, 2차 세계대전의 영광을 그나마 기억하는 고령층들은 브렉시트에 투표한 반면에 평생을 EU 체제에서 살았던 저연령층에서는 대체로 EU 잔류가 우세했다.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그들과 비슷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 저학력, 저소득 블루칼라들은 브렉시트에 찬성한 반면, 금융업이나 고급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고학력, 고소득 화이트칼라는 잔류에 투표했다.

    영국의 부유한 유명인사들은 대개 찬성에 투표하였고, 이번 결과에 좌절하고 있다. 조앤 K 롤링, 데이비드 베컴 등은 SNS에 이번 결과에 안타까움을 표시하였는데, 댓글에는 '영국의 현실을 모르는 말' '영국을 떠나라' 등에 비난이 달렸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게 된 것이다.


영국 서비스업의 핵심인 금융업이 흔들린다.

    브렉시트 발표 하루 만에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 가치가 10% 이상 주저앉으며 198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러한 충격에도 시장에서는 진짜 위기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뉴욕과 함께 세계 금융의 양대 산맥이었던 런던의 금융업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 애초에 브렉시트가 되면 런던 금융업이 몰락할 것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서는 잔류의 득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영국에는 런던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결과는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런던이 금융 중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런던이 가진 금융업의 오랜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런던이 유럽과 세계를 이어주는 금융허브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브렉시트를 계기로 그 위치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EU 내 외환거래의 80%를 담당하고,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국이 EU에 속했기 때문인데, EU를 탈퇴하면서 영국은 금융거래의 핵심인 안정성을 잃었고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장 파리나 리스본 같은 EU 내 다른 금융도시들이 런던을 대신할 금융허브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영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서비스업이고, 그중에서도 전체 GDP의 10%를 차지하는 금융업이 서비스업의 핵심이다. HSBC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런던에서의 거래 규모를 축소하고 다른 거래소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력감축으로 인한 실업은 불보듯 뻔하다.  금융이 흔들린다는 것은 서비스업이 흔들린다는 것이고, 서비스업의 붕괴는 곧 영국 전체의 추락을 의미한다.


영국이 떠난 EU의 미래


우리도 exit를 원한다. 다른 국가로 번지는 EU 탈퇴 운동

    위에서 밝혔듯이, 영국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EU 분담금을 내는 국가였다. 그런 영국이 EU에서 나간다면, 영국이 내던 분담금을 남은 국가들이 나눠서 내야 한다. 끝없이 들어오는 난민들로 인해 분담금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텐데 이를 메꿀만한 경제적 여건을 갖춘 나라가 EU에는 남아있지 않다. 또한 다른 국가들의 국민들도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잔뜩 뿔이 난 상태이다. 이미 네덜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 남은 국가들 중 독일을 제외하고 비교적 재정 상태가 양호한 국가들에게서 EU를 탈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 역시 메르켈 총리가 나서서 이민자 수용 정책이 독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우익 세력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탈퇴 움직임은 앞서 말했던 부유한 국가들, 북유럽 국가들에 국한되지 않았다. 동유럽 국가들처럼 EU 내에 가난한 나라들(대체로 ~니아) 사이에서도 탈퇴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EU가 자신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이자 경제 대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체제라며 EU를 벗어나야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거대한 댐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이를 남은 국가들이 잘 메꿔서 EU를 보존할지, 93년 EU 출범 이후 한 번도 탈퇴 국가가 발생한 적이 없던 EU가 한 번의 펀치로 사라질지 주목된다.

영국에 이어 EU연합 탈퇴를 추진중인 국가들. 출처:매일경제

계륵 같은 영국, 어떻게 다뤄야 하나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가 결정 났다고 하여 바로 탈퇴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 사이에도 이혼하기까지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데, 국가 간 분리가 그리 간단할리는 없다. EU의 설립 이래 국가가 탈퇴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EU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놨다. 리스본 조약 50조(article 50)에 따라 영국의 탈퇴 절차가 시작하면 2년의 협상 시한이 정해진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27개의 다른 EU 국가와 개별적인 협상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도 "협상이 들어간다면 최소 7년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할 만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의 전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은 EU 국가들 중 그나마 힘이 쎈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의 행위를 배신으로 느끼겠지만, 영국에게 일방적인 규제를 가할 수도 없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가는 경제 대국이기 때문이다. 엄포를 놓았던 그렉시트 때와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도 복잡한 상황이다. 만일 영국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남아있는 EU 국가들 사이에서는 자신들도 탈퇴하고 개별 협상을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EU에게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기에는 영국의 경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또한 10월부터 협상을 진행하게 될 주축들이 모두 브렉시트 찬성파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외쳤던 탈퇴=이익을 위해 협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


혼돈에 빠져든 경제

    단 하루만에 세계경제가 카오스에 빠졌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폭락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엔화가 상승했다. 7월 금리 인상을 생각 중이던 미국도 인상 계획을 먼 미래로 기약하게 되었다. 세계 증시는 유럽, 아시아, 미국 가리지 않고 모두 폭락했다.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에서 사라진 증시가 2천400조라고 한다. 증시뿐만 아니라 상품 가격 또한 격변했는데 안전 자산인 금값은 4.4%가 올랐고, 유가는 떨어졌다.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이미 한계까지 치달은 주요 국가의 양적 완화 정책을 거두어야 할 타이밍에 유럽에서 폭탄이 터졌다. 각국은 지금보다 더 빨리, 더 심하게 보호무역으로 돌아설 것이고 결국 내수 시장이 탄탄한 국가들만이 이 보릿고개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IS가 불러온 나비효과?     

    이번 사태는 경제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경제는 언젠가 회복되겠지만 사람들 간 반목과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투표에서 영국인들을 자극했던 것은 난민 문제였다. 중동 내전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왔다. 유럽 내 극우세력에게 난민들은 침략자였고, IS와 '고독한 늑대'로 불리는 자발적 테러리스트들의 테러는 다른 난민들에 대한 증오에 불을 댕겼다. 난민들 역시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며 핍박하는 유럽인들에게 불만이 쌓여가고 있고, 실제 난민들 중에 범죄를 일으키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어디가 이 증오의 시작인지 선후관계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분리주의, 국수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지지를 받기 시작했고, 이는 자유와 통합을 내세우는 정치세력의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브렉시트를 비롯하여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IS가 퍼뜨린 증오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는 느낌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순간, 투표 일주일 전 피살된 故조 콕스 노동당 의원의 죽음이 떠올랐다. 그는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던 자리에서 영국인인 피의자 토머스 메이어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그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영국은 일제히 찬반 투표 유세를 중지하였고 찬성 쪽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그가 열렬히 호소했던 바람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영화 같은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분노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잔류를 호소하다 피살된 故조 콕스 의원


영, 독, 일, 미 - 4인 4색


떠나는 캐머런

    캐머런 총리는 이번 브렉시트 문제를 볼 때 참 재밌는 인물이다. 영국의 EU 잔류를 희망한 그의 당적은 EU 탈퇴를 희망하는 보수당이었고, 이번 국민투표는 그가 2015년 5월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는 왜 잔류를 희망하는 데에도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일까. 여기에는 그가 정치지도자로서 다른 EU 국가와의 협상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목적이 침 됐던 것으로 보인다. '너네 우리 요구 안 들어줘? 우리 국민 투표해서 나갈 수도 있어. 그럼 다 같이 망하는 거 알지?' 가스통을 어깨에 지고 라이터를 든 채 영국은 2월 EU 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과 협상을 했다. 그 결과 EU는 영국의 특별지위를 인정해주고, 독자적인 금융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었는데, 이때만 해도 그의 판단이 적중했다고 여겼었다. 그렇지만 국내의 여론이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저 좋은 협상을 위한 위협으로 끝날 줄 알았던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이긴 것이다. 그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론 분열을 일으켰다는 원성을 양쪽으로부터 들었다.


결국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사퇴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과 달리, 그는 결과 발표 하루 만에 "내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사임을 표했다. 그를 대신할 새 총리는 10월에 뽑힐 것으로 보인다.  

전략이 실패한 타짜..


위기의 메르켈

    메르켈 입장에서는 현재 속이 부글부글 끓을 것이다. 지난 2월 영국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영국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국내에서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게 되었다. 그는 다른 국가의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투표 전까지 지속적으로 영국의 EU 잔류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만일 영국이 잔류를 택했더라면 그녀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겠지만, 불행하게도 탈퇴가 결정됨에 따라 메르켈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겼다. 당장 독일 내에서 우파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고,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이 이민자 문제였기 때문에 자신이 주장했던 난민 수용 정책을 더 이상 밀어붙이기도 어렵게 되었다.


    과연 내년에 벌어질 대선에서 메르켈 총리는 자신들의 4기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전까지 영국 탈퇴라는 악재를 뒤엎을만한 한 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그의 집권은 단지 독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EU가 분열되는지 계속해서 함께 나아가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아베노믹스? 아베 no~miss......

    메르켈보다 더욱 암담한 상황에 처한 정치인이 있으니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사는 아베 일본 총리이다. 브렉시트와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일본이 울상짓는 이유는 아베가 밀어붙였던 엔화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 때문이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폭락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엔화의 가치 상승은 곧 일본 상품의 수출 경쟁력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엔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수를 동원했다. 이미 올 1월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쓰면서까지 엔화 약세를 고수했던 아베였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철회,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점차 상승하던 엔화의 가치가 이번 브렉시트를 통해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일본의 주가가 하락한다. 오늘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이전 거래일 대비 7.9% 하락하였다. 아베는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로 인해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이미 조치를 취하기에는 그동안 무리하게 풀었던 엔화가 걸림돌이다. 바로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로서는 영국인들의 결정이 참으로 야속할 것이다.

망했데쓰..


설마 트럼프도?

    세 정치인들이 모두 정치적 위기를 맞은 반면에 브렉시트를 보며 유일하게 웃는 정치인이 있으니, 이제 막 정치인이 된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이다. 그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국의 결정을 지지했고, 미국 또한 영국과 같은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트윗을 남겼다.

    

    브렉시트의 현재와 트럼프의 미래가 같을 수 있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브렉시트의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과 유사하고(저학력, 백인, 고령층), 그가 인기를 얻는 이유 또한 영국이 투표를 하게 만든 이유와 유사하다.( 소득 감소, 이민자 문제, 과거의 영광) 찬반 투표 전날까지도 잔류가 우세했다는 여론조사는 현재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 차이를 연상시켜서 불안이 가중된다. 만일 올해 말 미국에서도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면 세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강대국인 미국마저 분노가 집어삼킨다면 브렉시트보다 더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분노의 시대가 찾아올 것인가



한국이란 작은 배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브렉시트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이다. 당장 나타난 영향으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했다. 최소 2년이라는 탈퇴 유예기간 덕분에 당장 영국과의 무역에서 문제가 일어날리는 없고, 영국과의 무역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무역에서 1.7%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에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경제가 흔들린다면 그 여파가 장기적으로 한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다른 EU 국가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진다면 무역의 9.1% 차지하는 EU가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무역에 있어서도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지금 와서는 섣부른 불안이나 안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보다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우리는 세계 경제의 등락과 움직임을 같이 한다. 원화가 기축 통화도 아니고, 미국의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압력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양적 완화 같은 능동적 조치도 생각하기 힘들다. 그저 지켜만 볼뿐..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가지 예측 가능한 게 있다면, 내년 초에 2016년 경제를 평가할 정부의 발표문이다.

" 작년 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친 것은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과연 브렉시트는 영국의 탈퇴에서 끝이 날 것인지,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것인지. 이번 탈퇴로 인해 확인된 분노와 증오의 힘이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나타날 것인지. 누군가는 세계 경제 위기의 신호탄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생각만큼 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없고 모든 일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오늘 21세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투표를 목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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