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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May 25. 2024

교사는 그만두고 작가나 할까?

누군가 물었다. 

"선생님은 앞으로 전업 작가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그 순간 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렇게 된다면 영광이겠지만......"




'나는 훌륭한 교사인가?'

매일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다. 그리고 고백했다.

'아니......'

내가 보아온 동료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열정이 넘쳤다.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일처럼 걱정했다. 학교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특히 부장님들이 그랬다. 

'그런데 나는?'

글쎄, 할 말이 없다. 하늘 아래 부끄럽진 않지만 자화자찬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뭔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습 동화를 썼다.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나의 부족한 점을 이렇게나마 채우고 싶었다. 아, 물론 성직자처럼 숭고한 마음으로 가득 찼던 것은 아니다. 신춘문예 같은데 당선이 되면 100만 원 상금을 준다는 솔깃한 말이 없었으면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펜을 들었고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았다.  

우연이었을까. 첫 작부터 잘 됐다. 

좋은 출판사를 통해 마음에 맞는 그림 작가님을 만나 책을 냈다. 우리 지역 도서관에 입고된 나의 책이 항상 대출 중인 걸 보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같다. 


'딸아, 교직은 절대 그만두면 안 돼.'

글쓰기를 재밌어하는 나를 보며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내가 교사를 그만둘까 봐 걱정인가 보다. 휴직을 다 끌어 쓰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그만두지 말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질문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애초에 그럴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니까.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게 제일 잘 맞을까?"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너는 백수 체질이야."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비싼 옷, 가방, 차, 좋은 집, 고급 음식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유유자적 한가로운 곳으로 여행 가거나, 뭔가를 창작하는 걸 좋아한다. 경직된 조직문화에 전혀 안 어울리는 사람이다. 차라리 프리랜서나 보헤미안처럼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프랑스 시골에서 고흐처럼 그림 그리며 살거나, 몰디브에서 리셉션 일을 하면서 바다를 보며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교직의 길에 들어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선택한 나의 길에서 행복을 찾아나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참 교사는 단명한다.'

코로나 이후로 시대가 변하면서 교직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뭔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격받을 위험이 커지는 시대가 왔다. 다들 흐린 눈을 장착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안전하다고 말한다. 괜히 힘을 써가며 숙제 검사를 하고, 잠자는 아이를 깨우고, 잘못된 일을 혼낼 이유가 없어졌다. 어찌 보면 더 편해진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내가 보아온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더 힘들어했다.' 


많은 선생님들이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교직을 떠나는 선생님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떠밀려나가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가시밭길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는 우리 선생님들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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